
자공이 이 사람 저 사람 비교하여 평하는 일이 잦자, 공자께서 조용히 타일렀다. “자공아! 너는 참 현명한가 보구나. 나라면 남을 평할 겨를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가벼운 듯 준엄한 꾸지람이다. 자신을 반추하기 위해 남을 비평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평을 자주 하다 보면 마음이 남을 향해 밖으로만 치달려, 안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공자는 이점을 염려하여 자신을 닦는 데에 주력하라는 뜻에서 공자 본인의 입장을 들어 넌지시 “난 남을 평할 시간이 없던데…”라고 말한 것이다. 말은 비록 짧지만, 회초리보다도 매서운 꾸중이다.

남을 함부로 평할 일이 아니다. 그에게는 그만의 사정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사정을 모르는 내가 내 관점으로 속단하는 것은 죄를 짓는 짓이다. 내가 그의 입장일 때는 그의 절반도 실행하지 못할 터이면서 함부로 남을 평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이러쿵저러쿵 남을 평할 시간이 있거든 그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며 묵묵히 도야해야 한다. 하도 말이 많은 요즘이고 보니, 남 말하기를 삼가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에는 군자로 추앙받을 수 있으리라. 군자 되기가 옛날보다 훨씬 쉬워진 셈이다. ‘남 말 안 하기’로 이 시대의 군자가 되어 보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