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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는 이제 재무제표와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 캘리포니이주에서의 새로운 법안들은 기업들에게 ESG 요소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1월 5일부터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시행했다. 이 지침은 기존의 비재무보고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대체하는 새로운 규제로,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를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EU 내 연감 매출 4천만 유로 이상, 직원 250명 이상 또는 자산 2천만 유로 이상 기업 약 5만 개 이상의 기업이 대상이 된다. 탄소 배출량(Scope 1, 2, 3) 공개 의무화,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 이사회의 ESG 감독 체계와 의사결정 과정, ESG 요소가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 등 1200개 이상의 ESG 공시 항목을 포함해, 재무제표와 함께 ESG 보고서를 함께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ESG 요소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까지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이는 ESG 공시를 단순한 비재무 정보 공개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만드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3년 10월 7일,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Scope 3 배출량까지 포함하며, 상장 및 비상장 기업 모두에 적용된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6년까지 Scope 1(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예: 공장, 차량 등) 및 2(전기 및 열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 배출) 배출량을, 2027년까지 Scope 3(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배출, 예: 협력사, 물류, 폐기물 등) 배출량을 공개해야 한다. 이 법안은 미국 내 기업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SG 공시가 법제화되면서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엄격한 보고 기준으로 인해 ESG 보고서를 아웃소싱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ESG 컨설팅 업체 PwC, 딜로이트, KPMG 등은 기업 맞춤형 ESG 보고 솔루션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ESG 공시 미비 기업은 투자 유치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ESG 보고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서에서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재무팅과 ESG 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ESG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ESG를 ‘의무적 공시’가 아니라, ‘경쟁력 확보와 투자 유치의 필수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ESG 공시를 철저히 준비한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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