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장기화된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라는 '초대형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음에도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그의 오랜 정적과 미래의 강력한 경쟁자도 그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가 똘똘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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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레이팅이 지난달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65%에 달했다.
전달의 57%보다 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일주일 전에 실시된 것이다.
젤렌스키 지지율은 트럼프와의 회담 결렬 이후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진작가 블라디슬라프 무시엔코는 "트럼프는 우리 모두를 모욕하고 싶어했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젤렌스키에 투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와의 회담) 광경을 보고 우리 대통령을 더욱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군과 여야의 정치권도 그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군은 최고사령관(대통령)과 함께 한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한 집권해야 하며, 평화가 달성된 후에야 새로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대선에서 젤렌스키와 맞붙어 패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가 젤렌스키를 비판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지금 필요한 것은 단결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발레리 잘루즈니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 1일 "이 전쟁은 우리의 회복력과 용기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의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잘루즈니 대사는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젤렌스키보다 높은 76%의 지지율을 얻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철의 장군'으로 알려진 잘루즈니 대사는 지난달 19일 키이우에서 열린 행사에서 정치적 야망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시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답했다"면서 "그런 그가 (젤렌스키-트럼프 회담 직후인) 토요일에 단결을 강조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트럼프가 속도를 내고 있는 종전 협상과 관련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약 83%가 미국의 안보 보장이 확실하게 제공되는 조건에서만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건없이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는 답변은 2%에 그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여론은 만약에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빠르게 정상화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에 더 호의적인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반드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관측했다.
키이우에 있는 자선 단체이자 조지 소로스 오픈 소사이어티 네트워크에 속한 국제 르네상스 재단의 대표 올렉산드르 수슈코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갈등은 지금이 아니라도 한 두 달 안에 일어났을 일"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빠른 종전 협정은 푸틴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여야 가능한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어떤 지도자도 그런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미국의 지원을 잃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