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규제 몽땅 푸는 트럼프도 이것만은 손 못 댔다···오염 심각 ‘좀비 화합물’

2025-10-13

바이든 정부 과불화화합물 규제 강화 계승

미국 내 규제 강화 여론 거세 철회 어려워

수돗물 오염 실태 심각···한국도 예외 아냐

기후변화협약 탈퇴 행정명령 발표, 미국 에너지부(DOE)의 ‘기후변화’ ‘탈탄소’ 등 금지어 지정, 재생에너지 예산 삭감.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환경규제 철폐에 적극 나선 트럼프 정부지만, 여전히 규제 강화 흐름이 유지되는 물질이 있다. 일명 ‘좀비 화합물’이라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다.

도쿄신문은 발암물질인 PFAS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가 지난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을 일부 이어받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기업활동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많은 환경정책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PFAS 규제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PFAS 오염 관련 정화 비용을 오염기업에 부담시킨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에는 PFAS 기준치 강화와 관련해 조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도입된 규제에 대해 시행을 2029년에서 2031년으로 2년 보류한다고 발표했지만, 규제 강화 방향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수 소재, 반도체 세정제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PFAS는 안정적인 화학구조로 인해 분해가 잘 안 되는 탓에 ‘영원한 화학물질’ ‘좀비 화합물’ 등으로 불리는 물질이다. 불임, 발달 지연, 암 위험 증가, 면역 결핍, 비만 위험 증가 등의 건강 악영향을 일으킨다.

도쿄신문은 미국 언론들을 인용해 EPA의 이 같은 발표는 미국 내에서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일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줬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또 뉴욕타임스는 “폭넓은 규제 완화를 추진해 온 EPA로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백지화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PFAS 정책 전문가인 마에다 사다타카 미에대 준교수는 “대통령은 EPA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규제 강화를) 철회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 내 여론이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에다 준교수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PFAS 규제 움직임은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19년 EPA는 ‘PFAS 행동 계획’을 발표했으며 바이든 정권은 이를 계승하는 형태로 규제 강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PFAS 규제 강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 내의 오염 실태가 그만큼 심각한 탓도 있다. 미국 정부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수돗물의 거의 절반에서 PFAS가 검출된 바 있다. PFAS 오염 실태가 미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 대기업 듀퐁이 일으킨 오염사태 관련 소송이 잇따라 제기된 1980년대부터다.

EPA는 2024년 PFAS 가운데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과불화옥탄산(PFOA) 두 물질의 기준치를 각각 4ppt(농도의 단위, 1ℓ당 나노그램·1조분의 1)로 강화한 바 있다. 기존의 기준치는 70ppt였다.

일본의 수질 기준은 두 물질을 합쳐 50ppt이며, 한국은 과거 미국의 기준치를 그대로 준용한 70ppt를 기준치로 삼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전국 44곳의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넘는 PFAS가 검출되면서 정부가 처음으로 대규모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한국에서도 수돗물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고 있어 기준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FAS 정책 전문가인 고이즈미 아키오 교토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PFAS 정책)에 의존하고 추종해온 일본이 트럼프 정부의 방침을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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