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심장이 피부 밖으로 나온 채 태어나 전 세계 의료진을 놀라게 한 소녀가 오랜 준비 끝에 재건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초희귀 선천성 질환인 심장외위증(ectopia cordis)을 가지고 태어난 바넬로피 호프 윌킨스가 최근 수술을 9시간에 걸친 복합 수술을 통해 심장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바넬로피는 지난 2017년 11월 영국 레스터 글렌필드 병원에서 재왕절개로 태어났다.
의료진은 임신 9주차 무렵,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이의 심장이 흉부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의료진은 엄마인 나오미 핀들레이에게 임신 중단을 권고했지만 부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는 8백만 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 태어났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영국에서 심장외위증을 가지고 '생존'한 상태로 태어난 첫번째 사례였다.
바넬로피는 심장이 얇은 피부층 하나 아래에만 덮여 있었고, 흉골이나 갈비뼈로 전혀 보호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때문에 생존 확률을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의료진의 노력으로 14개월 뒤 집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잘못 건드리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가슴에 보호대를 차야만 했다. 의료진은 7년 동안 바넬로피의 성장과 심장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 끝에 아이가 7살이 되는 해 갈비뼈를 이용해 심장 주위에 보호 상자를 만드는 흉부 재건 수술을 계획했다.
수술은 지난 4월 16일, 레스터 NHS 트러스트 대학 병원 내 이스트 미들랜드 선천성 심장 센터에서 진행됐다. 장장 9시간이 넘게 걸린 복합 수술이었다.
먼저 아이의 심장과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할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를 연결하고, 심장이 수축해 있는 동안 심장 일부와 피부에 붙어 있던 폐동맥을 분리했다. 이후 양측 갈비뼈 절개술을 실시해 갈비뼈를 심장 주위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아 중환자실로 옮겨진 바넬로피는 몇 주 뒤 보호용 가슴 보조대를 벗는다. 앞으로 흉부 관련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엄마 나오미는 “놀랍다. 이제 바넬로피를 형제들에게 데려가는 일이 너무나 기대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정말 무서웠지만, 이제는 준비가 됐다. 우린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심장외위증은 심장이 흉곽 외부에 위치하는 선천성 기형으로, 전체 출생아 10만 명당 5명 미만에서 발생하는 초희귀 질환이다. 출산하더라도 대부분은 감염과 외상에 취약하기 때문에 생존 사례가 매우 적다. 영국에서는 바넬로피가 첫 번째 생존 사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