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진출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무신사가 여전히 해외 수익 창출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0.34%에 그친데다, 실적 구조 역시 플랫폼보다는 유통 중심에 가까워 전략 실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27억원이다. 이 중 해외 수출 매출은 42억원으로 전체의 0.34%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0.67%)보다 오히려 하락한 수치다.
무신사는 언론을 통해 "2023년 3·4분기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고,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회원 수가 급증하고, 거래량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K-패션의 글로벌 저변 확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총거래액(GMV) 기준으로, 실제 사업보고서에 인식되는 매출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글로벌 스토어 매출은 본사 기준 수출 매출과는 별개로 관리되는 구조이며, 아직 글로벌 진출은 초기 단계에 있어 매출 기여도나 수수료율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거래액 증가와 분기 흑자 달성은 긍정적 신호지만, 실적에 반영되는 수익 구조가 불투명하거나, 회계상 반영이 미비한 상황이라는 점은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대목이다.
실제 무신사의 수출 매출 42억원은 전액이 상품 및 제품 판매에 의한 직접 수출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타 브랜드 제품 유통(상품매출)이 20억5900만 원, 자사 브랜드(PB) 제품 판매(제품매출)가 21억5300만 원이다. 반면, 수수료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매출은 공시되지 않았으며, 실질 수익으로 집계된 내역도 없다. 무신사가 강조해온 '글로벌 플랫폼' 전략과 실적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 명분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단행했던 배경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KKR과 Wellington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유치했으며, 산업은행과 매니아원 유한회사 등 국내 기관으로부터도 4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투자설명자료와 당시 보도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유통 강화 및 사업 확장'이 명시적인 목표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해외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고, 수익 구조는 자사 제품 중심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무신사의 글로벌 전략이 과연 실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무신사는 자신들을 '플랫폼 기업'이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전체 매출 중 플랫폼 수익인 수수료 매출 비중은 39.0%에 불과하며, 나머지 57.5%는 타 브랜드 유통과 자사 제품 판매에서 발생한 직접 매출이다. 특히 해외에서의 수익 역시 대부분이 단순 수출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신사가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보다는 '유통사'에 가까운 구조를 보인다"며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명분을 성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입점 브랜드 연동 시스템을 통한 수수료 기반 해외 매출 모델확립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