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타운 맛따라기] LA 순두부 연대기

2025-04-14

순두부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 중 하나다. 순두부는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상태의 하얀 두부를 일컫는데, 그 어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순수한 두부’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순두부의 기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콩을 갈아 만든 콩물로 끓여내는 순두부는 제조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여 서민들 사이에서 널리 애용되었다. 특히 차가운 날씨에 따뜻하고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사랑받아 왔다. 순두부는 단백질과 수분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 식품으로 여겨진다.

LA의 순두부 열전의 뿌리는 지금은 없어진 ‘베벌리 순두부’와 ‘소공동 순두부’다. 그중에서도 LA 스타일 순두부의 원조는 1986년 현재의 곤지암 소머리국밥 자리에서 시작된 베벌리 순두부라 할 수 있다.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한식의 기본인 육수와 매운 다진 양념, 그리고 순두부를 기본으로 다진 양념의 양에 따라 매운맛을 조절하고 해물, 소고기, 섞어 등 단백질 종류를 선택하는 것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베벌리 순두부 출신 주방장이 독립해 올림픽길에 전설적인 소공동 순두부를 차리면서 본격적인 순두부 식당 경쟁이 벌어진다.

이에 자극받은 베벌리 순두부가 소공동 길 건너편에 2호점을 열면서 올림픽길은 그야말로 치열한 순두부 전쟁의 무대가 됐다.

자연스럽게 LA의 순두부 손님들은 올림픽길로 몰렸고, 베벌리 순두부는 현재의 버몬트길 ‘국대고집’ 자리에 3호점까지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소공동 순두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3개 지점의 베벌리 순두부는 단 1개 지점의 소공동 순두부를 넘지 못하고 결국 1호점과 3호점을 정리, 올림픽 2호점에서 고군분투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34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3년 마지막으로 베벌리 순두부 요리책을 발간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후발 주자였던 소공동 순두부의 성공 비법은 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있는 밥’이었다. 언제나 윤기가 흐르는 찰진 밥의 비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무성했다. 여러 대의 전기밥솥을 이용해 매 30분마다 새로 밥을 짓는다거나, 밥을 지을 때 소량의 마요네즈를 넣는다는 등의 소문이었다.

이러한 소문을 더욱 확산시킨 사건이 있었다. 수십만 달러의 피해를 본 미행 강도 사건에 대한 신문 기사가 보도됐다. 결국 베벌리 순두부보다 먼저 거액에 사업을 정리하고 현재 올림픽길 조선갈비 건물주가 되는 신화를 이뤄냈다.

LA 순두부의 또 다른 신화는 북창동 순두부다. 그 시작은 버몬트길 고바우 식당 옆 현재 월남국수 식당 자리에서 미약했다. 하지만 현재는 LA 웨스턴점과 24시간 운영하는 LA 윌셔점, 그리고 어바인점을 포함해 가주에서만 총 9개의 지점으로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 뉴저지 3곳과 텍사스점 등 타주로도 지출해 전국적인 규모의 ‘BCD Tofu House’ 그룹을 이루어냈다.

사우스베이 지역에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웨어하우스에서 각종 반찬류와 하선정 브랜드로 한인 마켓 등에 다양한 김치까지 납품하고 있다. 창업 1세대인 고 이희숙 사장님이 지난 2020년 별세하시고 현재는 2세대인 아들들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 독보적인 신화에 최근 ‘라성순두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림픽길 전 ‘오야붕’ 자리에 신장개업을 해서 성업 중이다. ‘쿼터스’, ‘강호동백정’, ‘무한’, ‘라성돈까스’ 등을 운영하며 한인타운에서 무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패기의 젊은 사장이 주인이다.

다른 순두부 집들과 비교해서 밑반찬 수가 많고 뚝배기 대신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솥에 지어나오는 즉석 솥밥과 누룽지서 우러나오는 숭늉 등등 후발 주자로서의 승부수를 띄우는 대범함을 엿볼 수 있다.

기본 솥밥 이외에도 20여 가지 타핑을 올린 다채로운 솥밥 메뉴도 신선하다. 대표적인 타핑으로는 꽃살, 명란과 가격이 좀 비싸지만 랍스터 등이 있다.

LA의 순두부 역사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순두부가 LA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여정이다.

라이언 오 / CBC 윌셔프로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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