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근시 40년새 9%→57% 6배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 결정적 요인
스마트폰 오랜 사용·야외활동 부족 탓
고도근시, 11세 6.8%·16세 이상 20%
실명 위험 높은 안 질환 발병률 높여
지난해 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근시 판정을 받는 등 국내 청소년들의 시력이상(한쪽이라도 시력 0.7 이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기에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이 된 뒤 녹내장·망막박리는 물론 실명 위험까지 높일 수 있지만 아직도 근시는 ‘불편한 질환’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함께 정기적인 야외활동 등 청소년의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초등생 절반 ‘근시’… 망막박리 위험 8배↑
9일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근시는 눈의 굴절에 이상이 생겨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면서 먼 거리에 있는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시력 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가장 높은 시력 질환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근시 유병률은 80∼90%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교육부 학생건강검진 결과에서 시력이상으로 판정받은 학생은 △초1 30.8% △초4 52.6% △중1 64.8% △고1 74.8%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40여년 전 9% 수준이던 초등학생 시력이상 비율은 지난해 57%로 6배 넘게 뛰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청소년 10명 중 9명꼴로 근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제는 치명적인 안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도근시(-6 디옵터 이상) 유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에 따르면 고도근시 판정을 받은 11세는 6.8%였고, 16세 이상은 20%에 달했다.
이 같은 지표는 단순히 눈이 나빠졌다는 신호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유정권 고대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이나 시력 저하가 아니라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근시 환자의 경우, 갑작스럽고 심한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의 8배에 달하며, 고도근시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4.6배 높다. 또 초고도근시(-8.0 디옵터 이상) 상태에서는 백내장 발병률이 최대 5.5배 높아지며, 근시가 심할수록 실명 위험을 높이는 시야 결손과 황반변성이 빠르게 나타난다.

◆스마트폰·실내 생활이 부른 ‘근시’ 막으려면
근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결정적이다. 최근 청소년 근시의 가파른 유병률은 스마트폰, 태블릿, 온라인 학습 등 근거리 작업이 늘고, 야외활동이 줄어든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전 세계 33만여명의 소아청소년(평균 나이 9세)을 대상으로 이뤄진 45개 연구를 메타분석해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 네트워크 오픈’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하루에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TV 등 디지털 화면 기기를 1시간 더 사용할수록 근시가 발병할 확률이 약 21%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에서 근시 위험은 디지털 화면 기기에 매일 1시간에서 4시간 노출될 때 현저히 증가했다.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근시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이 권고된다. 야외활동을 하면 햇빛에 의해 망막에서 도파민 분비가 촉진돼 안구의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초등학교 때 의무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성인의 경우 자외선 노출은 백내장이나 황반변성의 위험 인자이므로 모자나 자외선 차단 안경 등의 보호구 착용이 필요하다. 운동도 주의가 필요하다. 농구, 복싱, 번지점프 등 눈에 충격을 주는 운동은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를 유발할 수 있어 고도근시 환자에게는 금물이다. 대신 걷기, 수영(물안경 착용), 요가 등 눈에 부담이 작은 운동이 바람직하다.
또 독서나 태블릿 사용 시에는 30∼35㎝(컴퓨터는 50㎝) 거리를 유지하고, 근거리 작업 땐 45분마다 10분 이상 쉬도록 작업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어둡거나 밝은 조명도 눈의 피로를 가중하므로, 위에서 고르게 비추는 조명이 적절하다.
대한안과학회는 6세 이후부터 매년 안저검사를 받는 게 근시 관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눈 내부를 촬영하는 안저검사는 망막, 시신경, 맥락막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근시로 진단된 아동은 눈의 안축장(각막에서 망막까지의 길이) 성장 속도와 근시 진행 정도를 꾸준히 관찰해야 하며,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은 망막박리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40세 이상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근시 상태에서는 망막열공, 근시황반병증, 녹내장, 백내장 등이 잘 생기므로 1년에 한 번은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인 김찬윤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의 소아청소년 근시율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고도근시는 성인 이후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변성 등 실명 위험이 큰 질환의 발생 증가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근시는 단순한 개인의 시력 문제가 아니라 미래 실명률을 좌우하는 공중보건 문제”라며 “대중적인 근시 예방 생활수칙을 쉽게 정비하고 소아청소년 근시 예방을 위해 교육 현장 내 정책화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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