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도, 반탄도 ‘혹한기 훈련’ 중···‘윤석열 공성전’에 지쳐가는 시민들

2025-01-14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지연되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시민들의 밤샘 농성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이 무산된 지 열흘이 지났고, 지난 7일 두번째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로도 일주일이 지났다. 14일 관저 앞 탄핵·체포 찬반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법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시작한 수성전 탓에 애꿎은 시민들(기자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오전 7시쯤 한남동 관저 앞 농성장을 찾았을 때 밤새 현장을 지킨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이 은박 담요를 두르고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대국민 담화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날 내린 눈과 비로 흥건한 아스팔트 바닥 위에 돗자리와 스티로폼 등을 깔고 앉아있었다. 젖은 소매와 신발은 영하권을 오르내리는 날씨 탓에 차갑게 굳었다.

대다수가 고령층인 이들은 체력의 한계를 호소했다. 태극기를 가슴 쪽 주머니에 꽂고 지나가던 한 노인은 “솔직히 오늘은 어질어질하고 머리가 울리기도 한다”며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은데 쓰러지면 쓰러지는 거지”라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왔다는 A씨(85)는 “나이가 많으니 밤을 새거나 오래 있지는 못하고 오후 5시면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온다”며 “그래도 나라 걱정에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웃옷을 다섯 겹 껴입은 한 중년 여성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누구 놀리냐, 당연히 힘들어 죽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강진역 인근에 텐트를 치고 가스버너로 떡국을 끓이던 한 여성은 “추워서 가스도 다 얼었다”며 성에가 낀 부탄가스를 들어보였다. 이들은 “하지만 힘든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일 집행한다고 하니 잡아가 볼 테면 잡아가 봐라. 우리는 절대 질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의 참가자들도 장기화되는 길바닥 생활에 피로감을 나타냈다. 김모씨(37)는 “월요일 오후부터 나와서 밤을 새웠다”며 “언제까지 길바닥에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계엄 이후에는 집보다 밖에 더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농성장을 지키는 시민들은 전기난로와 화로 주위에 모여 추위를 녹였다. 전날부터 관저 인근 일신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는 박재송씨(45)는 “체포될 때까지 지켜볼 것 같다”며 “체포가 당연히 돼야 하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싶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와 누적된 피로, 진영 간 대치 탓에 누적된 불만은 사방으로 튀었다. 이날도 방송사 카메라가 윤 대통령 지지 집회를 촬영하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 참가자가 “다들 몇 날 며칠 밤 새고, 잡아간다고 하니 예민해서 그래”라며 충돌을 막아섰다. 윤 대통령 지지 집회 인근 길목을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가 지나치자 “이상한 여자다” “이 양반 좌파네”라며 고함치며 어깨를 밀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찰이 저지하면서 충돌이 무마됐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 집회 사회자는 연단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연단에 오른 발언자들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발표한 호소문을 반복해서 읽었다. 한 시민은 연단에서 “강남 타워팰리스 등 서울의 절반을 중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이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는 오후가 돼서도 크게 늘지 않았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관저 인근 대신 헌법재판소 등 다른 장소에서 집회 등을 진행한 영향으로 보였다. 오후 1시쯤 관저 앞에서 열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정권 규탄 집회에는 노조원 약 140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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