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 중인 경호처 직원 아내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글쓴이는 윤 대통령에게도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13일 MBC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하는 경호관의 아내 A씨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A씨는 최 대행에게 “지난 3주 동안 주말도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투입돼 극도의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만 보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몸보다도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감과 불안이 더 큰 고통이 돼 괴로워하는 남편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는 것뿐”이라며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2차 체포 과정이 예정돼 있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 혹여나 남편이 현장에서 큰 책임을 떠안게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나가지 않을 수는 없는지 애타게 설득하지만 조직 내 상황과 분위기, 시선을 가장 잘 알고 있어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남편의 뒷모습에 매일 너무나 고통스럽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중화기로 무장하는 안을 지시했다는 경호처 내부 폭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A씨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그런 지시가 내려온 상황에서는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닌지 그런 끔찍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평소 무슨 일이 있어도 묵묵히 수행하는 남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너무 큰 위험 속 한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을 잠시도 놓을 수가 없다. 뉴스를 볼 때마다 어제도, 오늘도 지옥 같은 마음이다. 변함없는 상황에서 내일이 온다는 사실은 또 다른 고통”이라는 심정을 전했다.
A씨는 이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최 대행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권한대행님의 손에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삶이 달려 있다. 저희와 같은 평범한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더 이상 불안 속에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대통령 경호처가 제자리를 찾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촉구했다.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관저에서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도 “부디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한 명의 국민으로서 대통령님이 대선 당시 ‘숨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제 남편과 동료들은 그 다짐을 하셨던 대통령님을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