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법률에 저촉되는 집단 입당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당비 대납 논란에 민주당은 40만 신규당원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 그간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당원 전수조사나 신규당원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러 결사체 가운데 정당 가입이 주는 심리적 비용이 가장 크다. 당적 관련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된다. 노조원보다 당원 되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 나라에서 유권자 대비 당원 비율은 노동자 대비 조합원 비율의 7분의 1 수준이다. ‘당원 가입 원서’의 작성도 까다롭다.
1000만 넘는 당원 통계는 진실?
대부분은 경선 맞아 매집된 허수
실제 참여 당원은 100만에 불과
숫자만 부풀려진 당적 정리 필요
우리의 경우 주소와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를 적는다. 장애인 여부, 대학생 여부, 주요 경력, 당 활동 희망분야도 적는다. 당비 약정을 위해 계좌 정보와 휴대전화 및 통신사 정보도 제공한다. 당원 가입을 추천한 소개인의 이름과 연락처, 서명도 필요하다. 개인 정보의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에 동의하고, ‘반드시’ 자발적 서명을 해야 한다.
이 번거로운 일을 누가 할까 싶지만, 꽤 많은 이가 입당한다. 대중 정당의 역사가 긴 독일의 경우 상위 두 정당에는 80만이 넘는 당원이 있고, 나라 전체로는 130만의 당원이 있다. 큰 정당은 당원이 줄고 신흥정당은 당원이 늘어서 전체적으로 안정된 당원 규모를 유지하는데, 유권자 대비 2% 정도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보다 조금 낮고,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보다 조금 높다. 우리는 어떨까?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당원 수는 2023년에 1100만을 넘겼다. 유권자 대비 25.3%로, 독일의 13배다. 유권자 4명 중 1명이 당원이다. 10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전 국민의 당원화’도 곧 이룰 기세다. 그런데 정말로 저 많은 이들이 입당원서를 작성했을까? 그럴 리 없다. 이를 추론해 볼 수 있는 자료는 많다.
2023년 1월 민주당 광주시당은 전체 당원의 15%를 선별해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지역구별로 많게는 ‘유령 당원’이 95%에 달했다. 그런데도 당적 정리를 하지 않았다. 그해 말 선관위에 보고된 광주의 당원은 약 59만 명으로 유권자 대비 48.8%였다. 2명 중 1명이다.
이들은 자신이 당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필자가 만난 한 지역위원장은 “명부에 이름이 있는 당원의 70%는 자신이 당원인 줄 모를 것이다. 나도 명부에 있는 당원의 70%가 누구인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전직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의 증언은 더 흥미롭다. “조합원들에게 당원 가입을 시켰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힘에도 가입시켰다.” 이중 당적은 불법 아니냐고 하자, “필요할 때 다 도움이 된다”라며 웃었다.
혹자는 당비 납부를 기준으로 당원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같은 선관위 자료를 보면 당비 납부자 수는 약 268만 명이다. 유권자 대비 6%다. 이 정도도 아주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25.3%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온전한 의미의 당원인지도 부정확하다.
민주당과 국힘 모두 당비는 월 1000원이다. 애초 이렇게 낮은 당비를 책정한 것은, “사람들이 당 가입을 꺼리는데 당비까지 비싸면 누가 하겠냐”는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세계에서 당원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지만, 어느 당도 당비를 현실화할 생각이 없다. 왜 그럴까? 기이한 당내 경선 때문이다.
경선 때마다 후보들은 당원 매집에 나선다. 손쉬운 매집 대상은 가까운 지인들인데, 그 정도로는 필요한 규모를 맞출 수 없다. 이때 가장 애용되는 집단은 비밀엄수가 가능한 종교단체와 노조, 체육 단체다. 대규모 당원 매집의 대가는 당비 대납과 사후 보상이다.
당비를 높이면 후보가 그 부담을 감수하기 어렵다. 당내 경선이 끝나면 당비 납부자는 줄어든다. 경선이 돌아오면 다시 매집이 시작되고, 그때마다 당비 대납과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통계에 잡히는 당원 수만 늘고 실제 당비를 내고 참여하는 당원은 늘지 않는다.
국힘은 최소 3개월 당비를 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내야 한다. 올해 당 대표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당원은 민주당이 약 111만, 국힘이 약 75만이었다. 그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민주당이 약 63만, 국힘이 약 33만이었다. 실제 권리를 갖고 참여하는 당원은 다 합해 100만 명 정도다. 진정한 의미의 당원은 이들이고, 나머지 1000만 허수 당원은 정리해줘야 한다.
입당원서를 쓴 적 없고, 당비를 낼 의사 없고, 당적 유지 의사 없고, 이중당적자는 상당하고, 권리가 있어도 참여하지 않는 당원이 대부분인데, 오랜 불법적 관행으로 누적된 대규모 당원을 그대로 둘 이유가 있을까. 100만 당원이라도 당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게 하고, 당이 지향하는 정책과 가치에 대한 교육도 내실화하면서 책임 있는 정당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더 유익하다. 1000만 당원은 한국 정치의 자랑이 아니라 치부다.
박상훈 정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