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저하에 ‘대안’ 부각
지난 2년간 소송으로 논쟁
상하이 정협위원 건의 제출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허용하는 시범사업 제안이 중국 상하이에서 제출됐다.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은 현재 중국에서 금지돼 있으며 지난해 격렬한 논쟁이 된 사안이다.
천팡위안(陈芳源) 상하이시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15일 공개된 펑파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신(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은 여성의 출산능력을 향상하는 효과적 전략”이라며 이번 상하이시 양회에서 ‘선택적 난모세포 동결 시범사업 개시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지방정부의 양회(정치협상회의·인민대표대회)가 진행 중이다. 3월 열리는 전국 양회에 앞서 각 지방정부가 1년간의 경제 목표와 정치 일정을 결정하며, 이 기간 주요 법안도 제출된다.
상하이교통대학 의과대학 교수인 천 위원은 “현재 상하이의 출산율은 감소 추세이며 여성의 출산 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하이에 호적을 둔 여성들의 평균 초산연령은 31.66세, 평균 출산연령은 32.56세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도시 거주 여성들은 직업과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미루고 있다”며 “난자 동결 등 보조생식술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은 건의안에 개혁·개방특구인 상하이 푸둥신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법률과 제도를 보완해 나가자는 제안을 담았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난자 동결 시술은 건강한 비혼여성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기혼 여성의 난임 치료와 악성 종양에 걸린 비혼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치료에는 허용된다. 당국은 여성의 건강과 시술 남용 방지를 시술 불허의 이유로 들지만, 여성이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출산을 결정·통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 관념이 반영됐다고 해석된다. 영국, 미국, 일본에서는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이 허용된다.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은 이전에도 정협에서 나온 적 있다. 이번에는 약 2년간의 사회적 논쟁을 거친 다음 나온 제안이라는 점이 다르다.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은 최근 2년간 중국에서 큰 논쟁거리가 됐다. ‘쉬자오자오’라는 가명을 쓰는 한 여성이 2018년 자신에게 시술을 거부한 베이징의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7월 1심 패소 판결과 함께 소송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혼 여성의 난자 동결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었다. 쉬자오자오는 지난해 8월 최종심인 2심에서 패소했다.
쉬자오자오는 법정 진술에서 ‘평등’과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했다. 비혼 남성의 정자 동결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비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난자 동결 금지는 차별이며, 시술이 향후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 떠밀리듯 결혼하는 것 외 선택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 위원은 펑파이신문 인터뷰에서 출산율 제고 효과를 앞세웠다. ‘엄격한 규제 속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