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주시의 고령화율은 18.6%로, 나라 전체의 평균보다는 그 수치가 낮다. 그러나 행정동별로 고령화율을 살펴보면 20개 행정동이 20%를 이미 초과하고 있으며, 풍남동, 노송동, 중앙동, 완산동, 진북동, 동서학동, 서서학동, 평화1동은 30% 중후반의 초고령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에 초고령사회에서 발생하는 과제 중 하나로 쇼핑난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쇼핑난민은 2008년에 출판된 일본의 책 "쇼핑난민 -또 하나의 노인문제 (買物難民-もうひとつの高齢者問題)"에서 소개된 단어이다. 저자는 스기타 교수로, 두부조차 사기 어려운 어머니의 삶 등을 소개하고 있다. 쇼핑 난민은 신선한 재료, 식료품, 일용품 등을 파는 상점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거동, 교통이 불편하여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령인구를 의미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쇼핑 난민을 「집에서 점포(육류, 생선, 채소·과실 소매업, 백화점, 종합 슈퍼, 식료품 슈퍼, 편의점이 포함)까지 이동거리가 500m 이상이고, 자동차 이용이 곤란한 65세 이상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쇼핑난민의 발생 원인은 소비자 감소로 인한 식료품점의 채산성 악화와 폐업이다. 그렇기에 쇼핑난민이 지방 소도시, 농어촌 과소지역에서만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어촌 과소지역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식량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아직 상점이 위치하고 있더라도 고령의 나이로 거동이 어려워 가게를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 중에서도 75세 이상 고령인구의 쇼핑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쇼핑난민을 조사한 데이터를 찾기는 어렵지만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에 활동제약 인구를 조사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 726만 명이었던 활동제약 인구는 2020년에 1,691천 명까지 증가하였다. 연령별로 비교했을 때 60세 이상 고령자 중 활동제약 인구는 2,230천 명으로 18.5%가 활동에 제약이 있다. 60대는 8.3%인 반면 70세 이상은 30.6%로 그 수치가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쇼핑난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본에서는 민간이 운영하는 이동형 슈퍼가 활성화되고 있다. 버스, 소규모 트럭을 개조해 지역을 방문해 판매하는 리테일 산업으로, 편의점, 무인양품 등의 대기업도 해당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흐름의 대표주자는 도쿠시마루다. 도쿠시마루는 2012년 창업 초기부터 쇼핑 난민이 되고있는 시니어층이 타깃으로 만들어진 이동형 슈퍼로, 창업 후 8년만에 일본 모든 지역에서 운영하게 되었다. 도쿠시마루의 특징은 지역과의 상생이다. 물류는 지역슈퍼마켓과의 연계를 통해 확보한다.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위해 많이 팔지 않는다. 이들은 주 2회 같은 곳을 비슷한 시간에 방문하고, 판매물품을 기록한다. 방문의 규칙성과 기록을 통해 소비자가 지난 방문 때 구매한 식품들을 다 소비하고 구매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고령인구의 경우 1~2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호객행위를 통해 구매행위를 독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는다고 한다. 이렇게 쌓인 신뢰관계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넘어 소비자의 건강과 삶을 지키는 지역의 지킴이로서 도쿠시마루가 작동하게 한다.
전주시의 쇼핑난민 현황과 대안은 누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정수경 즐거운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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