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김형균 기자= 한국의 조선소에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일자리를 찾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에서 계약 해지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들의 문제는 지난 4월 15일 긴급 진단 토론회 이후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현대중공업의 계약 해지와 그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D-10(구직) 비자 신청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서류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데서 시작됐다. 울산이주민센터가 출입국사무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대중공업 관리자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2명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계약이 만료된 노동자들은 D-10 비자를 신청해 구직에 나섰다.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장은 “현대중공업이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이직을 제한하며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형 로펌을 동원한 회사 측의 체계적인 대응에 비해, 노동자들은 변호사 없이 센터장 혼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와중에 지난 7월, 공익인권변호사모임(희망법) 기업과인권팀이 무료 변론을 제안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전문 변호사들의 지원으로 3차 이유서를 제출하자, 현대중공업은 갑작스럽게 심문 기일 연기를 요청하는 등 태도가 바뀌었다.
오는 28일 오후 2시,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심판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의 결과는 2명의 노동자 복직 여부와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4월 토론회에 참여했던 9명의 스리랑카 노동자 중 2명은 구제신청, 1명은 D-10 비자 발급 대기, 2명은 브로커를 통해 타 지역에 취업, 4명은 D-10 비자를 받아 구직 중이다. 그러나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고, 비자 신청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자리가 불안정해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D-10 비자 소지자들은 9월까지 구직에 성공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김현주 센터장은 “조선소 호황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울산시가 이들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울산 광역형 비자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정책의 허점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법무부와 울산시, 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면서 UN 인권 문제 사례로 부각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지금, 법무부와 울산시, 현대중공업은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지기 전에 책임 있는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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