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건설기계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 간에 5년간 이어진 '불법 파견' 분쟁이 합의로 종지부를 찍었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일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 근로자들과 불법 파견 및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최종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소송을 진행해 온 서진이엔지 근로자 25명은 소송을 취하하고, 내년 1월부터 HD현대건설기계의 정규직으로 입사한다. 회사는 이들의 임금을 보존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며, 근속 연수 역시 일부 인정해 향후 직위와 승진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불법 파견 논란은 2020년 8월 서진이엔지가 HD현대건설기계 울산공장에서 굴삭기 부품 용접과 검사 공정을 담당하다가 폐업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아왔다"며 HD현대건설기계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규직 근로자와 자신들의 임금 차액을 보상하라는 요구도 함께 제기했다.
이후 근로자들은 농성에 돌입했고, 2021년 3월 20여 명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1심과 지난 5월 항소심에서 모두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HD현대건설기계가 서진이엔지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내렸으며, 양사 간 도급계약 역시 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중 노사가 대화를 통해 자율 합의에 도달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를 "대법원 판결 전 노사 자율 협의로 오랜 법적·사회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확대 등 대외 환경 악화 속에서 노사가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새로 합류하는 근로자들의 원활한 적응을 위해 경력에 맞는 업무 배치와 직무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합의는 민사 소송에 국한된다. 검찰은 2022년 HD현대건설기계를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했고, 1심에서 전 대표이사 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HD현대건설기계가 위치한 울산 동구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진보당)은 입장문을 통해 "해고 노동자들이 5년 넘게 농성을 이어오며 겪은 고통이 컸다"며 "이번 합의가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