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사기를 쳤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을 미국 법원이 일단 받아들였다. 소송을 기각하지 않은 것인데, 일론 머스크는 “비영리라고 해서 투자했더니, 왜 돈 버는 구조로 재편하느냐”고 오픈AI를 법정에서 저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 지방법원의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오픈AI에)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오픈AI의 소송 기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오픈AI가 자신과의 계약을 어기고 이익을 취하려 한다”며 오픈AI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비영리 구조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오픈AI에 4500만달러(약 638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투자했으나, 오픈AI가 개발 자금을 마련하려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개편하고 있다”며 “이는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오픈AI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19년부터 비영리 연구 단체에서 공익 법인(PBC)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최대 250억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머스크의 주장에 오픈AI는 지난 12월 “머스크도 영리 구조를 지지했다”고 반박했다. 오픈AI 주장에 따르면 2015년 오픈AI 출범 당시 자본을 지원하고 공동의장으로 취임한 머스크는 “투자를 유치하려면 일반 법인과 비영리 단체를 분리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픈AI는 “2017년 초, 일반인공지능(AGI)을 연구하는 데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이에 머스크도 영리 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그해 머스크가 영리 기업의 지분 대부분과 통제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1월 머스크는 오픈AI와 테슬라의 합병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한 달 뒤 머스크는 오픈AI 공동의장직을 내려놨다.
오픈AI는 영리 기업으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머스크의 이메일도 공개했다. 그러나 로저스 판사는 머스크가 사실상 암묵적인 계약을 통해 비영리 구조 유지를 조건으로 오픈AI에 투자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머스크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 건 아니다.
지난 3월 머스크가 “오픈AI가 자사 투자자에게 xAI를 포함한 경쟁사 투자를 금지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머스크는 자신이 경영하는 AI 기업 xAI가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밀렸다는 점을 시사했다.
당시 오픈AI는 “회사 내부 기밀 정보를 볼 수 있는 일부 투자자에게 ‘경쟁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경우 정보 접근 권한을 제한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오픈AI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머스크가 지난 11월 제기한 소송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3000억달러(약 423조원)의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는 주장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제휴를 맺고 생성 AI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며 “오픈AI가 자신의 자본을 토대로 사익을 취하려는 계획에 (마이크로소프트도) 동참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각했다. 단,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머스크 사이의 비영리 유지 계약을 방해한 혐의는 풀리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로저스 판사는 이번에 오픈AI의 소송 기각 신청을 거부하면서 “오픈AI가 법을 위반한 점이 드러날 경우 대중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재판을 올해 말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