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해 지난해 선보였던 타사 카드 추천 서비스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해상충 방지 알고리즘 구축 등 실질적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각종 부담은 물론 타사 카드 모집에 따른 이익 역시 크게 기대할 수 없어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달 초 타사 카드 비교·추천 서비스를 뒤늦게 출시했다. 앞서 타사 카드 추천·비교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6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늦었다. 비씨카드는 “페이북의 대대적인 업데이트와 함께 정식 오픈을 하기 위해 부득이 출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신한·KB국민·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를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2년 가까운 기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6월 비씨카드를 제외한 5개 카드사가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카드사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추가적인 고객 모집 플랫폼이 생긴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정작 출시 6개월여가 지난 4월 현재 서비스 이용률은 극히 미진하다. 이용 데이터를 집계하기에도 애매할 만큼 이용률이 적다는 것이 카드사 대다수의 입장이다.
카드사 마이데이터 앱 내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다 보니 공식 홈페이지 등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해당 서비스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앱 내에서 제공하는 '맞춤 카드 추천'과 같은 서비스도 자사카드 추천을 상위에 두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지 여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있지 못한 카드사도 적지 않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서비스 출시 당시부터 카드도 보험이나 대출처럼 타사의 제휴·연계서비스나 연회비 등을 즉각 현행화해 반영하고 이에 대한 알고리즘 역시 심사를 받도록 부가조건을 강하게 뒀다”면서 “결국 회사 돈을 들여 다른 회사 카드를 팔아주라는 건데 이런 비즈니스에 집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온라인 예금중개 서비스 제도화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관심은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다. 마이데이터 등과 연계해 고객 특성을 반영한 고도화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기대지만 알고리즘 인증 등 투입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관련 비즈니스가 대부분 수익성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NHN페이코 등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자격 반납이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마이데이터업 자체가 금융권 내부에서 고객 뺏기 수준의 조회만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금융업권의 마이데이터 활용이 이종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