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과'는 단 한 번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많이 올린 키워드는 '계엄'(26회)이었다. ‘국민(22회)’, ‘국회(21회)’, ‘국정(20회)’ 등이 뒤를 이었으며, '야당'은 16회 언급됐다. ‘광란의 칼춤’은 2회, '사과'는 1회 거론됐다. 지난달 7일 임기 반환점을 계기로 했던 대국민 담화 당시 '사과'를 8회 언급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3분부터 10시11분까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녹화 영상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문 분량은 62매 7000자로, 28분간 이어졌다. 이번 담화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4번째로, 지난 7일 오전 10시 사과 담화 이후 닷새 만에 이뤄졌다.
이전 담화 때와 동일하게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먼저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오늘 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하며 야당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담화 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을 16차례 언급하며 '망국'(6회), '국헌 문란'(5회), '국정 마비'(5회), '방탄'(3회), '폭거'(3회), '의회 독재'(2회), '범죄자'(2회), '반국가적 패악질'(1회), '반국가세력'(1회)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야당이 추진해 온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 탄핵 등을 거듭 비판하면서 '탄핵'이라는 용어도 15차례 사용했다. 야당을 향해 '광란의 칼춤'을 춘다는 표현도 2번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과는 1회에 그쳤다. 끝으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에 대한 저의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