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기름 부은 대통령 네 번째 담화…“칼춤은 윤씨가 추고 있다”

2024-12-12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은 평소보다 일찍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부정선거 의혹’ ‘경고성 계엄’ 등을 말한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뻔뻔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쌍욕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윤석열 대국민 담화 이후 화나서 나오신 거 맞죠?”

무대 위 사회자 질문에 시민들은 “네!”라고 함성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담화를 보고 ‘윤석열퇴진비상행동’이 개최한 촛불집회에 더 일찍,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날 담화 때문에 처음 집회에 나왔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직장인 신기준씨(34)는 “집회 나가는 게 조금 유난이라 생각했는데 아침 담화 보고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내가 알던 대한민국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이양근씨(82)는 “아침에 담화를 보는데 ‘진짜 나쁜 X이구나’ 싶었다”며 “국민들이 매일 추운 데 나와서 들고 일어나는 걸 ‘광란의 칼춤’이라고 하다니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양지수양(18)은 “담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며 “내내 자기 잘못에 대해선 전혀 설명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만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대상 담화가 아니라 자기 지지자들에게만 하는 말이었다”며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면 2차 계엄이나 국지전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고등학생 이자람양(18)은 “주변 친구들은 아직도 2차 계엄이 터질까 무서워한다”며 “오늘 담화 소식을 듣고도 2차 계엄 발표 아닌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대통령 본인이 국민들의 안전을 망쳐놓고는 안정을 찾기 위해 계엄을 했다는 게 어이가 없다”며 “아직도 반성을 못 하고 있으니 더 집회에 나가서 국민 뜻을 보여줘야겠더라”고 했다.

강원 삼척시에서 온 임태호씨(61)는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걸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나”라며 “마지막에 ‘믿어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변명하는 걸 듣고 조만간 또 계엄 선포하는 건 아닌지, 오히려 국지전 의혹이 진짜는 아닐지 불안했다”고 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담화에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할 법한 내용이 담긴 것도 충격이라고도 했다. 배우자와 함께 집회를 찾은 김경희씨(48)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작됐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그게 어디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말인가 싶었다”며 “꼭 극우 유튜브를 보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사주받았다고 하거나 폭도라고 표현하는 건 우리를 국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임태호씨는 “본인이 명태균씨를 통해 여론을 조작한 의혹을 받으면서 선관위 얘기를 하는 건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은 차오른 분노를 노래와 구호를 부르며 해소하는 모습이었다. 색색의 응원봉을 흔드는 손짓이 이번 주 어느 때보다도 힘찼다. 집회 내내 “불법 내란죄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 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구호가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될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대학생 윤모씨(21)는 “오늘 담화 발언 하나하나가 모두 탄핵 필요성을 보여주는 말들이었다”며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될 때까지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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