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강대강 대치에 빅테크 ‘脫중국’ 가속… 美는 동맹국에 '희토류 규합' 촉구

2025-10-16

미국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거나 중국 이외로 생산 지역을 옮기는 등 ‘탈(脫) 중국’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중 마찰에 따른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양국 간 무역 협상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데다 고율 관세로 인한 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힘을 합쳐 맞서야 한다며 동맹국 규합을 촉구하고 있다. 전방위 관세로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미국이 뒤늦게 동맹국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닛케이아시아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이 첨단 제품이나 부품의 중국산 축소 방안을 일제히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MS는 내년부터 노트북 모델 ‘서피스’와 데이터센터용 서버 신제품 대부분을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할 것을 최근 협력사들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관계자는 “(MS가 요청한 중국 제외 범위는) 부품과 부품·조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며 “서버의 경우 80% 이상을 다른 나라 부품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MS가 이미 지난해부터 서버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 밖으로 이전했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AWS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은 중국이 아닌 태국에서 데이터센터용 서버 생산을 확대할 것을 협력 업체에 주문했고 AWS도 AI 데이터센터용 서버의 생산 기지 목록에서 중국을 지워나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의 주요 기술 대기업들이 부품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MS와 구글·아마존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에서도 거센 공방을 주고받는 것이 빅테크가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올 들어 아이폰의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있는 애플은 내년부터 미국에 판매되는 아이폰 전량을 인도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불발될 경우 최대 150%에 이르는 초고율 관세가 부과돼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무역 갈등은 기싸움을 넘어 강 대 강 대치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전날 중국산 식용유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무역 합의가 불발될 경우 중국과 무역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미 중국과 전쟁 중”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중국과의 협상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거둬들인다면 무역 휴전을 3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면서 모든 것은 협상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수입을 막겠다는 식용유는 ‘폐식용유’일 뿐이라며 미국의 대응 조치가 아무 효과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논평을 내놓으며 맞섰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대응해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례적으로 베선트 장관과 연 합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강압”이라고 규정하며 동맹국들이 힘을 합해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도 “중국 대(對) 세계의 싸움”이라며 동맹 규합을 촉구했다. 베선트 장관은 같은 날 아프리카 투자 관련 포럼 행사장에서 방위산업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의 경우 정부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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