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구글은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를 320억 달러(약 46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구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였고, 실리콘밸리 역사에서도 드문 액수였기 때문이다. 설립된 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이렇게 빠르게 몸집을 키운 비결은 뭘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즈가 팬데믹이 세상을 바꿔 놓은 2020년 3월에 창업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친구 사이였던 공동창업자 네 명은 회사 설립과 함께 팬데믹이 터지면서 “최악의 타이밍에 회사를 설립했다”며 잠시 좌절했다고 한다.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지고 투자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기업이 원격근무 체제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보안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의 수요만이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이 충격에 빠지고 자금이 얼어붙는 시점에 창업한 테크 기업들이 훗날 건실한 대기업으로 성장한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휴렛팩커드(HP)는 1930년대 대공황 때,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등장했고, 구글 역시 2000년 전후 닷컴붕괴 이후 쏟아져 나온 인재를 흡수했다는 것이다. 다들 창업을 망설이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장에 경쟁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한다.
어려운 시절에 창업한 사람은 자세도 다르다. 시장이 활황이고 돈이 넘칠 때는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지만, 불황기에는 창업에 진심이라야 독기를 품고 뛰어들기 때문에 창업자들의 정신 자세도 다르다. 처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한 이들은 나중에 어려움에 부딪혀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살아날 구멍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남들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지만 준비된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타이밍일 수 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