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이 광고 카피는 그간 알지 못했던 50여개 미국 도시들의 매력을 잘 표현하며 여행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여기,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여행객만큼이나 고민이 많은 집단이 또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라는 여정을 앞둔 기업들이다.
벤처기업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 중 약 69.3%의 기업이 AI 전환을 계획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AI 전환에 대해 응답자의 53.4%는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AI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AI 전환을 희망하는 기업은 “AI, 어디까지 써봤니?”라는 질문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AI 전환에 앞서 나타났던 초기 디지털 전환의 모습은 '채널 확장'와 '단순 업무 대체'라는 2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의 시도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나갔다. 마트와 카페에서의 구매 경험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지게 되는 변화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으로 스며들고 있었고, 기업의 디지털 전환도 비슷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은 이런 변화에 가속 페달을 밟게 했다. 그간의 디지털 전환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확장이었다면, 비대면-비접촉 기조에서는 오프라인 공간 속 일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단 두 달만에 2년치에 맞먹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표현했다.
대체되는 업무의 성격 또한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기업은 키오스크 등을 도입해 육체 노동의 자동화를 추구했다면, AI 등장으로 인해 지식노동도 자동화가 이뤄지게 됐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기업의 의사 결정, 판매 및 미래 수요 예측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식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마치 인간처럼 문장을 생성하고, 코딩도 하는 AI가 등장하면서 위임할 수 있는 지식 노동의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는 아마존 Q 디벨로퍼를 통해 3만개가 넘는 자바 패키지를 최신 버전으로 단 몇 시간 안에 변환하고 약 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를 사람이 직접 수정했다면 400~500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 에이전트와 관련된 부분이다. AI를 활용한 검색은 이런 맥락에서 초기에 등장한 에이전트라고 볼 수 있다. 검색 에이전트는 AI가 스스로 정보를 탐색해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오직 나만을 위한 정보를 매번 새롭게 생성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AI 에이전트들은 웹의 정보를 탐색하는 것을 넘어 동료에게 메일을 보내고 캘린더에서 일정을 생성하고 쇼핑몰에서 쇼핑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오픈 AI의 오퍼레이터 기능은 명령어 입력 시 AI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해 작업을 처리한다. 오퍼레이터에는 카카오의 선물하기 기능과 야놀자의 숙소, 항공, 티켓 예약 기능도 옵션으로 들어가 화제를 모았다. 뤼튼에서도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뤼튼 랩스 기능을 상반기 중으로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다시 한번 기업의 차례가 돌아왔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인 것임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한다. 인터넷, 모바일 시기 디지털 전환이라는 답을 냈음에도 AI 시기는 기업에게 다시 한번 큰 전환을 이뤄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디지털 전환을 성공한 기업이 AI로의 전환이 빠를 것이라는 점 그리고 AI로의 전환이 빠른 기업이 그 다음 세대 기술 전환기에도 선두를 점유할 것이라는 점이다. AI 전환, 매우 막중한 변화이지만 이 모든 것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세영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noah@wrtn.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