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터넷 시대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늘날 사회는 인류역사상 가장 진보된 의사소통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는 가장 어려워졌다라는 점이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세계는 획기적인 문명의 이기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한껏 고무됐고, 이에 따라 닷컴 버블이라는 투자 과잉현상이 초래되기도 했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즉 브로드캐스트의 성격을 가진 전통적인 미디어와는 달리 인터넷에 의한 양방향적 의사소통, 정보생산의 분권화를 통해 사회적 통합과 민주주의의 성숙화를 기대하게 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인터넷 카페, 블로그,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 등은 기존 미디어와 차별화되는 각종 미디어로 인정받으며 다양한 정보의 생산 및 유통처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중은 개인별로 차별화되는 맞춤형 정보 제공에 열광했으며 마침내 전통 미디어 제국은 인터넷 플랫폼 제국에 무릎을 꿇게 되며 정보 시장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 30여년, 인터넷 초창기 기대와 다르게 사회적 통합과 민주주의의 성숙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부자와 빈자의 대립, 교육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자의 대립, 본토인과 이민자의 대립, 총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간의 대립과 반목이 극단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국 대통령 탄핵과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 그리고 유럽 각국에서 진영 대립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현상은 세계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전대미문의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러한 대립과 반목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에 대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중산층의 붕괴와 포퓰리즘의 등장을 비롯해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른 정보의 파편화, 즉 '내로우캐스트'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용자가 특정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과 정보의 소비양은 특정 플랫폼 이윤의 크기와 직결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데이터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특정 개인 취향에 맞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노출, 특정인이 특정 정보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바로 플랫폼에 의한 내로우캐스트가 이뤄짐으로서 특정인 관점과 생각의 폭은 점점 좁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정보 원천은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으나 정보의 소비 범위는 데이터 알고리즘에 의해 과거보다 더 좁아지게 되면서, 각자의 생각과 대립되는 진영의 생각은 더욱 파편화되고 고착화됨을 보게 된다. 다수 대중이 접하는 정보가 거의 비슷했던 브로드 캐스트 시대에도 서로간 견해 차이가 있었고, 소수 극단주의자 간에 이념 대립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다수 대중 간에 이 정도로 양극화가 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회원 수, 방문자 수 등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빅테크 플랫폼의 경우 자신들의 데이터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른 사회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용자, 기업, 학자,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의 개인화와 맞춤화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화하고,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유발 하라리의 의미심장한 지적에 귀기울이면서 어떻게 하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지배되지 않고,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지혜롭게 이용해 보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변호사 chyoo@law-l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