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과학자의 탈출

2025-03-30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페이퍼클립(Paperclip) 작전’을 통해 나치 독일의 과학자 600여 명을 자국으로 데려가 군사 연구 등에 참여시켰다. 아폴로 11호 발사에 기여한 과학자 베른헤르 폰 브라운도 이 작전에 의해 미국으로 가게 됐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과 항공우주 분야의 비약적 발전에는 유럽 과학자들의 힘이 컸다. 중국은 해외에 진출한 자국의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영입하는 ‘천인계획’을 2008년 시작해 이를 ‘만인계획’으로 확장시켰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드론 등에서 중국의 ‘퀀텀점프’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과학계에서 이례적으로 ‘인재 엑소더스(탈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감염병 등 입맛에 맞지 않는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 축소에 나서면서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연구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립보건원(NIH),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의 ‘정부 효율화’ 및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퇴출’로 인해 연구자가 해고되거나 연구비가 끊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 틈새를 비집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을 상대로 ‘과학적 망명처’ 제공에 나섰다. 프랑스의 경우 고등교육연구부가 미국 인재 유치 방안 수립에 나섰고 엑스마르세유국립대는 ‘과학의 안식처’라고 이름 붙인 미국 출신 과학자 영입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는 해외 연구자 유치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는 “학문의 자유를 약속한다”며 대규모 박사후연구원 과정 구인 공고를 냈다. 한국은 우수 과학기술인들의 해외 유출이 많은 나라다. 진취적인 연구개발(R&D) 생태계와 해외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보수·근무·정주 여건 등을 조성해 고급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 스톰’을 헤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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