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항체형성률 조사 신뢰성 의문

2025-03-23

전국적으로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4주 뒤 시행하는 항체형성률 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농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는 것이다. 항체형성률은 정부 백신 정책의 토대가 되는 만큼 ‘주사 이력제’ 도입 등 조사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매년 4·10월에 구제역 백신을 일제접종하고 나면 4주 뒤인 5·11월 ‘백신 후 모니터링(PVM)’을 시행한다. 접종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항체가 잘 형성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조사 계획을 수립한 뒤 시·도별 검사마릿수를 정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전체 한우농가의 3∼4%를 무작위로 선정해 혈액 검사를 진행한다. 모니터링 대상농가 중 사육규모 50마리 미만인 곳에서는 5마리, 자가접종 대상인 50마리 이상 전업농가에선 16마리를 검사한다. 검사 결과 항체형성률이 80% 미만이면 해당 농가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조사 대상 한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농가가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전북지역 한 공수의는 “농가에 (항체형성률을) 조사하러 가면 특정 구역 소는 제외하고 확인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농가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암묵적으로 임신한 소는 빼고 검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농가는 대체로 백신접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백신접종 후 수정이 잘되지 않거나 암소가 유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다보니 백신접종 후 항체형성률 조사에도 소극적으로 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경북지역의 한 공중방역수의사는 “농가들이 조사 자체를 막아버리면 진행할 수 없으니 지자체 공무원들은 사전에 농가에 전화한 후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은 농민의 소극성과 조사 업무 책임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가접종 대상인 50마리 이상 전업농가는 사육규모와 상관없이 16마리만 검사하게 한 규정도 지나치게 헐겁다는 비판을 산다. 전업농가는 100마리를 키우든 1000마리를 키우든 16마리만 (항체형성을) 검사받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대대적인 백신접종 후에도 정부가 모니터링에 또다시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육규모와 관계없이 공수의가 모든 개체에 백신을 접종하게 하면 농가와의 갈등도 줄고 항체형성률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어떤 수의사가 어느 농가의 개체에 접종했는지를 기록하고 그 이력을 관리하게 하면 책임 소재도 명확해지고, 항체형성률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면서 ‘주사이력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매뉴얼을 벗어나는 사례가 일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도축장에 출하된 소에 대해서도 구제역 백신 항체형성률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쁨 기자 alread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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