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상청보다 더 정확" 허리케인에도 끄떡없는 델타 기상팀

2024-10-04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델타항공 본사 3층에 위치한 종합통제실 OCC(Operations & Customer Center)에 들어서니,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미국 남동부를 강타할 것이라는 소식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운항 관리사들은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나오는 속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속보와 델타항공 자체 기상팀의 분석을 종합해 항공기 운항 여부를 결정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애틀란타에서 출발해 미 남부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거의 대부분 취소됐다.

델타의 심장 OCC

각 항공사의 OCC는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핵심 기지다. 델타항공 OCC의 정 중앙에 설치된 초대형 모니터에는 현재 운항 중인 델타항공의 모든 항공기 정보가 표시돼 있다. OCC에서 근무하는 인력만 35개 부서에 1200여 명에 달한다.

델타항공 OCC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기상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학자들로 꾸려진 팀으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델타항공이 운항하는 전 세계 각 지역의 기상 상황을 점검한다. 기상 악화가 예상될 경우 기상전문팀이 항공편 변경에 직접 관여하기도 한다. 운항 중인 항공기가 각종 기상 상황에 비상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난기류가 많아지면서 안전 운항을 위한 정확한 기상 예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델타항공 관계자는 “항공 기상에 관해서는 미국 기상청보다 우리가 더 정확하고 분석적”이라며 “이는 델타만의 노하우이자 자산”이라고 말했다.

OCC가 위치한 건물 밖으로 나오니 주황색 건물 여러 채가 보인다.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대한 나무들이 빼곡한 데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마치 대학 캠퍼스와도 같았다.

내부로 조금 깊이 들어가니 비행기 격납고가 나타났다. 1940년대부터 사용하던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델타 박물관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엔 대규모 백신 접종센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델타항공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

델타항공은 1924년 루이지애나주에서 농약 살포 전문 회사로 설립됐다. 항공운송 사업을 시작한 건 1928년 델타에어서비스(Delta Air Service)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는 본사를 애틀랜타로 옮기고 1945년부터 델타항공이라는 회사명을 쓰기 시작했다. 전쟁 당시에는 항공기로 우편이나 물자를 운송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피릿 오브 델타(The Sprit of DELTA)’라는 이름의 보잉767 항공기다. 지난 1982년 석유파동과 항공사 가격경쟁 등으로 델타항공 경영난이 심해지자 임직원 1만8000여 명이 약 3000만 달러를 모금해 회사에 기부한 항공기다.

당시 경영난을 겪은 다른 항공사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을 내보낼 때 델타항공은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회사의 노력에 감동한 직원들은 뜻을 모아 모금한 돈으로 최신 기종 항공기를 회사에 선물했다. 1982년 12월 첫 운항에 나선 스피릿 오브 델타 항공기는 약 23년간 7만 시간을 운항한 후 2006년 퇴역해 박물관에 전시됐다. 경영난에도 쉽게 해고하지 않는 델타항공의 문화는 최근 코로나 때도 재확인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았았지만, 델타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델타항공에는 8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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