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편 디카시 수록…상상으로 압축된 서사 형상화
디카시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복효근 시인이 두 번째 디카시집 <사랑 혹은 거짓말>(도서출판 작가)을 출간했다.
디카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에 창작 원리가 창안되면서 하나의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디지털카메라에 시가 조합되어 생긴 신조어다.
복효근 시인은 시적 모티브를 품고 있는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이미지에 5행 이내의 짧은 언어를 융합시켜 시적 감수성을 극대화했다.
총 60편의 디카시가 수록된 디카시집은 사진에서 촉발된 상상으로 압축된 서사를 형상화해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장미꽃잎을 먹은 자벌레는 꽃잎 같은 날개가 돋아 나방이 되었지/책갈피에 눌린 마른 꽃잎 편지에 붙여 보낸 날들이 있었어/그 나방이는 어디로 날아갔을까”(‘꽃잎을 탓하다’ 전문)
“슬픔에 겨워 누군가를 피 흘리게 하고 싶을 때 꽃은 뾰족하다/폭발음이 나지 않게/그 모든 것을 눈물로 바꿀 때 꽃은 꽃이 된다/꽃인 네가 그러하듯이”(‘꽃의 감정’전문)
디카시 창작 1세대인 시인 복효근은 이번 시집에서는 전보다 더 유려한 비유와 압축된 서사로 깊은 울림을 준다.
실제 영화 명량의 영화감독 김한민 감독은 책 서평에서“복효근 시인의 디카시를 읽으면 눈이 참 맑아졌다”며 “시인이 순간 포착한 디카시는 환상적이면서도 아이러니컬하고 극적인 시나리오를 연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지와 언술 사이에 참으로 매혹적인 메타포가 출렁인다”며 “시인과 함께 ‘아름다운 죄 하나 짓고 싶은’ 섬진강의 푸른밤을 거닐어보고 싶어진다”고 평했다.
1991년 등단 이후 10여 권의 시집을 펴낸 복효근 시인은 신석정문학상, 박재삼 문학상, 한국작가상, 디카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마늘 촛불>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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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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