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산 감귤, 필요한 것은 할당관세 아닌 특별긴급관세

2025-02-09

내년에 관세가 철폐될 미국산 감귤(만다린)이 물가당국의 할당관세까지 등에 업고 국내시장 조기 선점에 나선 모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만다린 수입량은 2874t으로, 2023년 587t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물가당국이 지난해 4월 만다린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19.2%인 관세를 10%로 낮췄기 때문이다.

만다린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율이 144%에서 매년 9.6%포인트씩 15년에 걸쳐 감축돼 2026년에는 0%가 된다. 미국산 만다린에 대한 관세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물가당국은 올해도 만다린 2800t을 대상으로 할당관세(20%) 적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산 만다린 관세율이 9.6%로 할당관세율보다 낮아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국내 감귤시장의 취약성만 드러낸 셈이 됐다. 결국 물가당국의 만다린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은 물가안정보다는 국산 감귤의 대체성이 높은 수입 과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용성만 높이고 수출국들의 국내시장 조기 진출 문턱을 낮춰준 격이 됐다.

이런 호재를 눈치 빠른 미국이 놓칠 리가 없다. 미 농무부(USDA)는 지난해 내놓은 ‘한국 감귤류 연감’을 통해 관세 철폐에 따라 미국 감귤에 대한 소비자의 적응이 이뤄지면서 미국산 감귤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감귤시장을 정조준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도 감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감귤류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감귤류 재배면적은 2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오렌지 재배면적은 반토막 났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미국산 오렌지보다 국산 감귤에 더 위협적인 미국 감귤의 파상 공세에 맞설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미 FTA 협상 때 미국산 오렌지만 주목해 계절관세를 도입했을 뿐 감귤은 간과했다. 그러다보니 미국산 감귤에 따른 피해는 영향 분석조차 이뤄진 것이 없어 관세 철폐와 할당관세 남발이 가져올 피해는 가늠조차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 만큼 물가당국과 농정당국이 지금 들여다봐야 할 ‘관세법’은 제71조 ‘할당관세를 통한 농축산물 저가 수입’이 아니라 제68조 ‘농림축산물에 대한 특별긴급관세를 통한 국내 농가 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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