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하게 웃긴 연쇄살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D:헬로스테이지]

2024-09-25

지독한 가난 때문에 사랑했던 연인은 부잣집 남자를 찾아 떠난다. 더구나 돌아가신 어머니는 명망 있는 ‘다이스퀴스’ 가문 출신이지만 별 볼 일 없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비참한 대우를 받고, 집안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이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다. 팔을 뻗기만 하면 구할 수 있었던 다이스퀴스 목사를 해치우면서 가뿐하게 일곱 번째 후계자가 된 몬티 나바로의 가문의 백작 자리를 노린 후계자 퇴치 작전은 이렇게 시작된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1907)과 영화 ‘친절한 마음의 회관’(1949)를 원작으로, 지난 2018년 한국 초연 후 2020, 2021년에 이은 네 번째 시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4년 토니상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싹쓸이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도 초연 당시 누적 관람객 수 6만3000명,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아시아컬처어워드 2관왕,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을 수상했다.

작품 설명만을 보면 가문의 백작 자리를 노린 지독하고 잔인한 연쇄살인 행각을 다룬 듯 하지만, 공연장에선 내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영국 귀족 사회의 허상과 상류층의 위선, 파렴치한 인간의 본성을 꼬집으면서 통쾌함을 주고, 살인은 치밀한 듯 허술한 구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교회 꼭대기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후계자의 손을 잡아주지 않아 떨어지게 한다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후계자의 주변 얼음을 톱으로 썰어 익사하게 하는 식이다. 양봉 덕후 후계자의 모자엔 벌들이 좋아하는 향수를 사용해 벌에 쏘여 죽게 하거나, 보디빌더 후계자는 무거운 역기에 깔려 죽도록 하고, 배우인 후계자는 무대에서 소품으로 활용되는 총을 진짜 총으로 바꾸면서 죽게 하는 등 살인을 하는 방법도 기상천외하다.

몬티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이나 방법은 다소 잔인할 수 있지만, 연출은 절대 유쾌함의 끈을 놓지 않는다.

특히 관객들의 웃음 지분 90%는 다이스퀴스가 갖고 있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은행장 아들, 성직자, 시골 대지주, 자선사업가, 보디빌더 등 9개의 배역은 모두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데 끊임없이 무대에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면서도 절대 지친 기색 없이 수시로 목소리와 표정을 바꾼다. 역할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의상 때문에 이를 재빠르게 갈아입어야 하는 ‘퀵체인지’가 압권이다.

이번 시즌에는 정상훈과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가 다이스퀴스를 연기한다. 안세하는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가피하게 중도 하차했다. 이밖에도 몬티 나바로 역에 송원근·김범·손우현, 시벨라 홀워드 역에 허혜진·류인아, 피비 다이스퀴스 역에 김아선·이지수 등이 함께 한다.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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