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 그는 라면을 먹을 때 꼭 넣었던 계란을 최근 들어 안 넣고 끓인다. 그 이유는 뭘까. 김씨는 “계란 한판(30개) 가격이 7000원을 넘어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계란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김 씨처럼 고물가에 식료품을 줄이는 가구가 늘면서 먹거리 소비가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폭우 등 기상이변과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이 겹치며 먹거리 중심의 고물가 부담이 장기간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명목)은 월평균 4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000원으로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지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제 소비 규모는 줄었다는 뜻이다.
2분기 식료품·음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9%에 달했다. 가구 먹거리 실질지출은 고물가 현상이 누적되면서 2023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줄었다가 작년 4분기 1.8% 늘며 반등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증가율이 0.4%로 위축된 뒤 2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작년 연말 큰 폭으로 올랐던 환율이 수입 원자재 등에 반영되면서 식품기업들이 출고가를 줄줄이 올렸다.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올해 2분기 먹거리 실질 지출액은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 기간을 늘려 비교하면 2016년 2분기(33만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전체 소비지출의 14%를 차지하는 주요 지출 분야다. 필수 지출인 만큼 소비량을 크게 줄이는 대신 더 싼 대체품을 소비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통상 음식점 소비가 눈에 띄게 늘 때 식료품 소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2분기에는 외식비 지출도 소폭 증가에 그쳤다.
2분기 가구 식사비 실질지출은 35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2% 늘었다. 1분기 0.4% 줄어든 뒤 다시 증가했지만 아직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진 못한 모습이다.
최근 먹거리 소비가 줄어든 것은 먹거리 고물가가 지속된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2020년 1분기부터 최근까지 5년 넘게 전체 물가 수준을 웃돌고 있다. 물가상승분이 쌓이면서 올해 2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25.33(2020년=100)까지 올랐다. 전체 물가지수(116.3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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