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리빙 레전드’를 내친 LA 클리퍼스의 행보에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클리퍼스는 3일 크리스 폴을 방출했다. 이 급작스런 발표에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한 것은, 폴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은퇴 투어’를 하고 있던 선수라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2005~2006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 데뷔한 이래 올 시즌이 21번째 시즌인 폴은 NBA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포인트가드다. 통산 1만2552개의 어시스트로 역대 2위에 올라있고, 올-NBA팀에도 11번이나 선정됐다. 2005~2006시즌부터 18시즌 연속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득점력까지 갖췄다.
유일하게 남은 목표였던 우승이 없었지만, 폴은 이번 시즌 커리어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자신이 전성기 시절을 함께했던 클리퍼스를 택했다. 폴의 가족도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이 선택은 폴과 클리퍼스에 모두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비록 폴이 이번 시즌 클리퍼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클리퍼스에서 폴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폴은 경기적으로는 몰라도,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분명 도움이 됐다. 심지어 폴은 베테랑 미니멈 계약으로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클리퍼스는 엄청난 포화를 맞게 됐다. 심지어 폴은 자신이 방출됐다는 소식을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방금 집에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을 앞두고 카와이 레너드와 스티브 발머 구단주 간 이루어진 ‘뒷돈 의혹’으로 발칵 뒤집혔던 클리퍼스는 선수 보강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노먼 파웰을 트레이드하면서까지 영입한 포워드 존 콜린스는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파웰의 빈자리를 채우려 영입한 브래들리 빌은 고작 6경기를 뛰고 시즌 아웃됐다. 여기에 NBA 전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라인업을 꾸리면서 현대 농구의 트렌드 중 하나인 에너지 레벨, 활동량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5승16패로 서부콘퍼런스 14위로 처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 시점 클리퍼스는 제임스 하든을 제외하면 제대로 활약을 해주고 있는 선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 속에서, 폴의 ‘은퇴 투어’는 클리퍼스가 그나마 칭찬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었는데, 이마저도 걷어차버렸다. 클리퍼스의 막장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