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임수율 ‘소가 라디오를 먹는다’

2025-01-01

라디오를 켜놓고 소머리를 감긴다

단단한 이빨 속에 곱씹은 풀들이

이끼가 되었다

부릅뜬 눈으로 저녁 너머를 되새김하는,

머리만 남은 소가 싱크대에 식은 울음을 쏟고,

두꺼운 혀와 솟아오른 귀를 씻기다가 나는,

한 줄기 바람이 되기도 하고

익을수록 쫑긋해지는 귀에서 흘러나오는

천둥소리, 풀벌레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우우 끓는 한낮

뽀얗게 우러난 사태를 국자로 휘휘 젓는다

씹을 때마다 혓바닥이 입천장에 붙어 쩝쩝거리는

국밥 속에서 흰 눈 밟는 소리도 들은 것 같아,

발 담근 소의 냇물과 옥수수, 질경이, 개망초와

억새를 꾸역꾸역 건져 먹는다

소 울음소리에 주파수 맞추면,

라디오는 소와 놀던 풀밭의 새들과

꽃잎 열리는 소리를 쏟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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