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광복 100주년엔 가장 인간답게 사는 나라 됐으면” [2025 신년특집-1945년생 해방둥이의 광복 80년]

2024-12-31

우리사회 극복할 걸림돌

진보 ·보수간 이념적 대립

온건한 중도층 보장돼야

“해방 이후 80년의 고비나 변곡점을 되돌아보면, 우선 새 세기이자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이 떠오릅니다. 예수 탄생 2000년이 되는 시기인데, 어떤 면에선 인류가 이어온 것에 대한 영광이고 감사함이기도 했지만, 인류와 지구에 어떤 변곡점이나 두려움이기도 했던 같아요. 환희이기도 했지만 두려움이기도 했지요.”

해방둥이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해방 이후 8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물음에 새 천년이 시작되던 2000년의 순간을 우선 떠올렸다.

1945년 서천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나 시인은 1971년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한 이래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한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풀꽃’ 등 많은 시집을 왕성하게 발표해 왔고, 흙의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초등학교 교사와 공주문화원장 등을 역임했다.

나 시인은 해방 이후 80년 동안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묻자 “제가 어려서 정부 수립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6·25전쟁은 아주 어렸을 때니까 어른들의 얘기로 좀 두렵게 지나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4·19혁명 때에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4·19와 5·16은 뭔가 어떤 새로운 어떤 것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말하자면 한국이 근대화를 향해 움직이는 어떤 맥박이 뛰기 시작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12·12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서 1987년 6월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희생이었지만, 희생을 통해서 한국 역사를 꽃피우게 됐다. 4·19와 5·16이 한국을 물리적으로 근대화를 시켰다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의 인권이라든가 민주화의 원동력이 됐다. 1997년 IMF와 2020년대 코로나19도 한국인에게 많은 고통을 줬고 우리 삶을 바꿔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을 위해서 가장 뜨겁게 일을 했고 당신 자신을 바쳤다”며 광복절 하면 가장 떠오르는 인물로 김구를 꼽았고, 해방 이후 가장 위대한 성취로는 88서울올림픽 개최와 함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꼽았다. 한국 경제성장 및 선진국이 된 원동력으론 한국인들의 성실함과 부지런함, 잘살고자 하는 의지, 한글의 역할 등을 이야기했다.

나 시인은 개인적으론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시골 사람이 혼자 공부해 1971년에 일간지의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며 “기적 같은 일이었는데, 제 인생이 이때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2007년 큰 병을 앓다가 주위의 도움을 받아 되살아나 “회복기의 삶을 살고 있다”며 인생 후반기를 또 하나의 축복으로 감사해 했다.

나 시인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사회적 병폐나 걸림돌을 묻자 “옛날에는 부정부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념적 갈등이나 진보와 보수 간 과격한 대립의 해소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려면 보다 더 온건한 중도층이 보장돼야 된다. 온건한 중도층을 박쥐라고 돌팔매질하지 말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야 된다. 지금 한국인은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갇혀버렸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은 배려의 시대, 환대의 시대를 열도록 노력을 해야 된다”고 답했다.

광복 100년 대한민국은 ‘가장 인간답게 사는 나라’, ‘정신과 문화의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는, 미래 세대에게 “‘나’를 채우고 ‘너’한테도 베푸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 되라”고 조언했다.

나 시인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직무정지가 되고 헌재 결정을 앞둔 상황과 관련해선 “왜 계엄이라고 하는 사문화한 방법을 들고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한 뒤 “지금은 법대로 절차를 밟아주기를 바라는 게 국민 다수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통치가 있고, 법치가 있고, 정치가 있고, 협치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협치이고, 그다음이 정치이죠. 정치는 거래이고, 무엇을 하나 주고 하나를 받는 것인데, 3김 시대를 지나면서 정치가 사라졌어요. 법치와 통치를 국민은 불편해해요. 다음에 누가 이기더라도 정치를 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협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협치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결코 합격점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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