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파적인 한줄평 : 문제는, 이게 ‘한줌’ 덕일수도.
분명히 ‘덕몰이’상의 출현이다. 그런데 문제는 손익분기점 700만명인 걸 생각하면, ‘한줌’ 덕일 수 있다는 점이다. RPG게임처럼 세계관과 볼거리는 풍성하고 이야기는 단순한데, 이 안에 뛰어들기 전 몇몇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슈퍼 IP를 자랑하는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과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권은성 등이 출연해 방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내 SF물에 대한 선입견을 영리하게 타파한다. ‘한국의 MCU’를 꿈꾸기 보다 RPG 게임 인트로에 가깝게 디자인한다.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세계관 유입을 유도한다. 때문에 마치 판타지 게임 영상을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는 듯해 이물감을 줄인다.
대신 방대한 이야기들은 가지치기해 간단한 구조로 만든다. ‘소멸 위기의 세상을 구한다’는 목표 아래 매 퀘스트를 깨며 최종 목적지까지 나아가야 하는 재난물의 공식을 얹고, 평범한 청춘 ‘김독자’가 각기 다른 능력치를 지닌 동료들과 함께 결핍을 이기고 성장해나가는 구조를 더한다. 성장 캐릭터, 동료애, 해피엔딩 등 호불호 갈리지 않는 요소들을 섞고, 속도감까지 더하니 오락물로선 지루하지 않다.

다만 진입장벽도 높다. 일단 초반 세계관 빌드업이 후다닥 지나가 단숨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이 세계가 어떤 규칙으로 굴러가는지 그 정보들이 인물의 대사로 빠르게 쏟아져나와 눈과 귀를 집중해야만 한다.
또 하나 몰입을 방해하는 건 크리처의 구현이다. 귀여운 도깨비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크리처들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튀어나오는데, 어떤 이는 흥미도가 식을 수 있을 만큼 유치한 디자인들이 눈에 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세상을 큰 위기에 몰아넣는 ‘화룡’은 오글거리는 디자인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그린스크린에서 고군분투한 배우들의 노력이 아까울 만큼, 그 디자인이 매력적이거나 위협적이지 못하다. 엔터테이닝 이상의 재미를 바라는 이라면 그 진입장벽을 넘지 못할 수 있다. 원작 소설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배우들의 조합은 신선하다. 안효섭은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고 채수빈, 신승호, 나나, 권은성 등도 제 몫을 다한다. 물론 지수가 첫 등장에서 또 한 번 튀긴 하나, 분량이 많거나 임팩트가 그리 강하진 않아 몰입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또한 이민호가 연기한 ‘유중혁’의 매력도 역시, ‘글쎄올씨다’다.
혹여 덕몰이 성공에 700만명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면 나올 법한, 시즌2 예고 영상은 덤이다.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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