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④] 세금 때문에…제약 경영권 분쟁, 게임은 승계 포기?

2025-03-17

상속세로 갈등 빚은 한미약품…업계 내 경영 부담 커져

게임업, 중장기적 경영권 승계…높은 지분에 고민 커져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기업 승계에 큰 걸림돌로 거론되는 상속세로 다양한 산업 저변 곳곳에서 신음이 나오고 있다. 오너가 혹은 오너본인의 지분이 큰 제약업계와 게임업계에서도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속세 개편으로 기존 방식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됐으나 여전히 세율과 적용구간에서 기업단위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기업 승계 부담 완화라는 취지에서 미흡하며 여전히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면서 기업 경영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순간 가치가 변하는 지분에 일괄적인 상속세를 적용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큰 데다, 이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대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기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승계를 위해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기업 승계 관심 하락…산업에 부정적 영향 지속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제약업계에서도 상속세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뿐만 아니라 기업 승계를 위해 재원 마련에 분주한 제약사들도 세율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높은 상속세율에 대한 부담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비춰왔다. 한미약품은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2024년 초부터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오너가에서 부담해야하는 상속세는 5400억 원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녀 측은 OCI그룹과 지분 교환 및 통합을 진행했다.

지분 교환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었다. 이로 인해 형제 측과 모녀 측의 갈등은 장기화됐으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된 분위기다. 해당 분쟁과정에서 형제 측도 지분을 킬링턴 유한회사와 한양정밀에 7.8%를 처분하기도 했다. 오너가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약 4600억 원 가량의 상속세를 납부했으며 잔여 900여 억 원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미약품그룹은 주가마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전 2024년 초의 한미약품의 주가는 37만7000원이었으나 올해 3월 기준으로 주가는 24만4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분쟁으로 인한 주가하락이었으나 이로 인해 보유한 지분을 전량 처분한다고 해도 상속세 재원 마련이 힘들 정도로 오너가에서 감당해야 할 상속세가 많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나 한미약품의 경우 상속세 납부를 위한 오버행(잠재적인 대규모 매도 물량)우려로 인해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올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산배당을 주당 1000원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 결산배당의 2배 수준으로 배당금 확대와 동시에 밸류업 정책도 함께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로 돌입한 보령도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김 대표가 보령의 지분 상속만으로 내야 하는 금액은 710억 원이며 추가적으로 보령홀딩스에 대한 상속세도 마련해야 한다.

보령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사모펀드에 3200억 원에 매각하고 자금 일부를 보령파트너스의 유상증자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건물을 1315억 원에 매각했다.

앞서 김 대표는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을 추진했으나 세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자회사인 바이젠셀의 지분 절반을 매각했으며 올해 8월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나머지 지분도 추가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서 기업 승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오너가들의 경영 관심도가 비교적 떨어지고 되려 중견 제약사들의 경우에는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한미약품의 사례를 비춰봐도 그렇고 향후 규모가 크지 않은 제약사의 경우에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젊은 게임 업계...오너 중심 체제, 곧 다가올 상속세 부담

최근 성숙기에 접어든 게임 업계는 오너들이 젊은 편에 속한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1967년 생으로 연령이 가장 높은 측에 속한 만큼 당장 상속 관련 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넥슨의 사례처럼 차후 대책이 없을 경우 상속세와 관련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 맏형 넥슨은 이미 한번 상속세 문제를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지주사(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녔다.

김정주 창업자 별세 이전 지주사 NXC의 지분은 오너 일가가 대부분을 보유했다. 2021년 말 기준 △김정주 넥슨 창업자 67.49% △유정현 NXC 이사(김 창업자 배우자) 29.43% △김정주 창업자의 두 자녀 0.68% 보유했다.

김 창업자가 별세한 이후 NXC의 지분은 오너 일가에 승계됐다. 이 과정에서 유 이사가 4.57%, 두 자녀가 각각 30.78%의 NXC 지분을 상속 받았다. 이후 NXC의 지배구조는 △유 △두 자녀 각각 31.46% △유한회사 와이즈키즈(두 자녀가 지분 100% 소유) 1.72%로 변경됐다.

다만 상속 재산이 많은 탓에 대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했다. 오너 일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2월 오너 일가가 보유한 NXC 85만1968주(지분율 29.3%)를 정부에 전달했다. 물납한 지분 가치는 4조7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상속세 물납 규모다.

넥슨 오너 일가는 이후에도 보유한 지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상속세 납부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8월 NXC는 유 의장 지분 6만1746주(당시 기준 3203억3800만 원)와 두 자녀의 3만1771주(1648억2800만 원)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같은 날 유 의장은 두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소프트웨어 자회사 와이즈키즈의 32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와이즈키즈로부터 대여한 금액을 정부에 납부하며 상속절차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는 경영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NXC의 오너일가 지분이 100%에서 약 70%로 감소했으며, 2년 반 동안 5조3000억 원의 상속세를 내면서 주식을 담보로 내주는 등 재원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넥슨 외에도 국내 게임사들은 앞으로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각 게임사들의 최대주주(지난해 3분기 기준)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11.97%)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14.75%) △방준혁 넷마블 의장 (24.12%)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36.66%)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 (39.33%) △송병준 컴투스 홀딩스 의장 (33.44%) 등으로 지분 100%를 보유했던 넥슨 오너가와 달리 상속세를 내고 내면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다.

아직까지 경영 승계에 나서겠다고 밝힌 기업은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 업계에서도 지분에 대한 고민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사업 구조에서 오너가 집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영 체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잘 판단한 후 속히 개정을 진행해 기업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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