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라 재생에너지 성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태양광 등 이미 경제성을 갖춘 분야보다는 해상풍력, 그린수소(물을 전기로 분해해 얻는 수소) 등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일PwC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트럼프 2.0,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 에너지 시장 전망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세미나에는 PwC글로벌과 삼일PwC, PwC컨설팅의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가와 산업통상자원부·전력거래소 관계자, 기업인 600여 명이 참석했다.
스티븐 강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 리더(부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 사태’를 선포하며 정책 변화를 공식화했다”며 “이제는 탄소중립과 각국 에너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사업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룬 반 호프 PwC글로벌 에너지 유틸리티 앤 리소스(EU&R) 리더(파트너)는 “트럼프 2기 이후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성장에 단기적 영향은 있겠지만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태양광처럼 이미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발표자들도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원석 PwC컨설팅 파트너는 “블루수소(화석 연료에서 생산하는 친환경적 수소), 원자력, 태양광 등은 유지되겠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해상풍력이나 그린수소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셰일가스 증산이 즉각 시행되면 미국 내 가격이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법안 제·개정시 발생하는 정책 시차를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닐로우파 몰라비 PwC글로벌 오일 앤 가스 리더(파트너)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한 환경 규제가 사라지면서 석유·가스 생산이 늘어나겠지만 공급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는 일자리와 투자, 에너지 원천 개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면 폐지보다는 일부만 사라지거나 기준이 강화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정책 관련자들은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김일한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정책 개편의 일환으로 천연가스 생산과 수출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블루수소 수급 변동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을 주시하며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