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로고, 이젠 안녕…EPL “유니폼 전면 광고 금지”

2024-10-17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유니폼 가슴 부분에 자리한 베팅 업체 스폰서 광고가 2026~2027시즌부터 전면 금지된다.

가디언, BBC 등은 17일 “베팅 업체 스폰서 계약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에게 수익성 높은 재정 지원을 제공하며, 클럽들이 재정적 규제를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금지 조치로 인해 클럽들은 새로운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팅 업체 후원 광고는 그동안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도박 중독 문제와 함께 도박이 불법인 국가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이미 베팅 업체 스폰서 계약을 금지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도 이와 같은 흐름을 따라 2026~2027시즌부터 유니폼 전면에 베팅 업체 스폰서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영국 축구에서 처음 유니폼에 스폰서가 등장한 것은 5부리그 케터링 타운 구단에서였다. 케터링 타운은 1976년 케터링 타이어라는 지역 업체의 이름을 유니폼에 넣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단 4일 만에 이 스폰서 유니폼을 금지했지만, 1977년에는 이를 허용했고 이후 10년 안에 모든 리그 클럽들이 주요 유니폼 전면 스폰서를 가지게 됐다. 1980년대 맥주회사, 1990년대 전자 제품 회사들이 유니폼 스폰서 시장을 주도했고 2000년대에는 통신사들이 그랬다.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에 각각 보다폰과 O2 로고가 등장한 것은 이들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상징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금융 및 베팅 업체들이 스폰서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베팅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20개 프리미어리그 팀 중 11개 팀이 베팅 업체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의 전 디렉터이자 현재 스포츠 에이전시 스포팅 그룹 인터내셔널을 운영하는 에이드리언 라이트는 “베팅 업체는 일반 스폰서보다 약 20% 더 많은 돈을 후원한다”고 말했다. 옥타곤 스포츠 에이전시 상업 전략 부서 책임자인 다니엘 하다드는 “새로 승격된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경기 유니폼 전면 스폰서 자리에서 베팅 업체로부터 500만~600만 파운드 정도를 받는다”며 “만약 베팅 업체가 없다면, 다른 스폰서로부터는 250만~300만 파운드밖에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어리그는 클럽들에게 베팅 업체 관련 자회사를 포함한 브랜드들과 후원 계약을 맺을 경우, 도박 요소를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규정을 우회하는 하위 브랜드들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가디언은 “앞으로도 베팅 업체 스폰서 규제와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베팅 업체들이 축구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예상된다. 가슴이 아니라도 소매 등에는 베팅 업체 광고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스폰서십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강세장 동안 암호화폐 스폰서십이 급증했지만, 같은 해 말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하면서 많은 클럽들이 손실을 입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크라켄, OKX 같은 강력한 브랜드들은 시장이 회복될 경우 다시 축구 스폰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베팅 업체 스폰서를 대체하는 문제는 빅6에 속하지 않은 클럽들에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리라 예상된다.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토트넘, 리버풀 같은 빅 클럽들은 2010년 토트넘을 마지막으로 베팅 업체 광고를 유니폼 가슴에 달지 않고 있다. 딜로이트가 발행한 연례 축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시즌 ‘빅6’ 클럽들은 평균 2억 5500만 파운드 정도 상업적 수익을 창출한 반면, 나머지 14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평균 3100만 파운드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본머스는 1300만 파운드로 상업적 수익이 가장 적었다.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3억 4700만 파운드)와 비교하면 3% 선에 불과하다. 미국 템플 대학교 폭스 경영대학 교수 틸로 쿤켈은 “베팅 업체 스폰서 공백을 누가 메울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융 및 기술 부문의 기업들이 잠재적인 스폰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대기업들이 유럽 축구 챔피언십에 스폰서로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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