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을 신속히 확충할 것을 촉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일본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무기 확대론 북한군 파병 대응 부족?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현재 25세인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메시지는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20일 취임 전 우크라이나에 7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서두르던 와중에 나왔다. 무기 공급 확대만으론 병력 열세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은 최근 1만1000명 이상의 북한군을 파병 받은 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진격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조기 종전을 공약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주도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약 16만 명의 병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자체 평가하나 미국 정부는 그보다 더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징집 대상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면서도 인구 감소 문제를 우려해 25세 이하 징집을 꺼려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에서 “동원 연령을 낮추는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미국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러, “우크라 핵무기 제공은 미친 일”
이날 러시아는 일본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배치되면 러시아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러시아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 측에 거듭 경고했다”며 “일본이 러시아의 개정된 핵 교리(독트린)를 읽으면 러시아가 어떤 보복 조치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승인한 개정 핵 교리에 따르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국가 존립을 위협할 때’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줄 때’로 낮아졌다. 또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공격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
앞서 지난 25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러시아도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해 북한이 후보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서방 일각에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제공하자고 주장하는 데 대해 “미친 일”이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자극하려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핵탄두 16개 탑재 가능한 사르마트 배치 추진
한편 타스통신은 이날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의 실전 배치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로 시험 발사한 것처럼 전투에서 신형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르마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탄2’라고 부르는 ICBM이다. 한 번에 10∼16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가 1만8000㎞에 달해 미국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다.
러시아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를 보내지 않겠다고 이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미국에서 승인받은 대사를 제외하고 외국 대표단을 취임식에 초청할 수 있는 조항이 미국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