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현지 시간) “중국 물리학자들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100년 된 논쟁을 종식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양자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원사 연구팀이 1927년 아인슈타인이 고안했던 이중슬릿 사고실험을 정밀한 장치로 구현 실험적으로 반박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중슬릿은 매우 좁은 간격으로 나란히 틈(슬릿) 2개가 뚫린 실험장치입니다. 파동의 성질을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가령 물결파가 이중슬릿을 통과하면 각각의 틈에서 다시 파원(波源)이 만들어져 물결파 2개로 나눠집니다. 두 물결파는 각자 퍼지는 과정에서 서로 겹쳐서 증폭되거나 상쇄되고 그 결과 특유의 복잡한 간섭무늬를 만듭니다.
1801년 물리학자 토머스 영은 물결파 대신 빛을 이중슬릿에 통과시켰습니다. 빛은 틈이 1개든 2개든 그대로 직진해 통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중슬릿 너머 스크린에 복잡한 간섭무늬를 남겼습니다. 빛이 물결파 같은 파동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순간이었죠.


20세기 들어 문제가 다시 복잡해졌습니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라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죠. 아인슈타인은 대중에 알려진 상대성이론 이전에 광전효과 실험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오늘날 광전효과는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발전 등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가 발견한 입자로서의 빛, 즉 광자는 엄연히 실재한다는 얘기죠.
마침 당시 태동한 양자역학의 창시자들은 빛이 ‘파동이자 입자’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정확히는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상보적’으로 갖는다고 닐스 보어가 주장했습니다. 빛이 두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게 아니라 파동의 성질이 나타날 때는 입자의 성질이 사라지고 반대로 입자의 성질이 나타날 때는 파동의 성질이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이중슬릿 실험을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광자 1개만 이중슬릿에 통과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이중슬릿 너머 스크린에 점 하나를 남길 겁니다. 이어서 다른 광자들을 무수히 많이 통과시키면 역시 스크린에 무수히 많은 점이 찍히겠죠. 이 점들이 이루는 일종의 ‘점묘화’는 다름 아닌 간섭무늬입니다. 간섭무늬는 두 틈을 동시에 지날 수 있는 파동만이 만들 수 있다고 했죠. 광자가 입자라고 했지만 이들의 집합으로서 빛은 결과적으로 파동의 성질이 나타난 겁니다.
이번엔 다시 한번 광자들을 이중슬릿에 통과시키되 광자들이 두 틈 중 어느 쪽을 통과했는지를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실험을 진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위에서 빛이 두 틈을 모두 통과하는 파동이라고 했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광자들은 입자로서 왼쪽 틈이나 오른쪽 틈 중 한쪽으로만 통과합니다. 왼쪽 틈을 통과한 빛은 그대로 왼쪽 틈 너머, 오른쪽 틈을 통과한 빛도 그대로 오른쪽 틈 너머에 선명한 점을 찍습니다. 그 결과 간섭무늬 없이 그저 두 틈을 따라 빛이 직진해서 남긴 단순한 흔적만 스크린에 찍힙니다. 이건 파동이 아니라 그저 모래알처럼 광자들이 모인 덩어리일 뿐입니다. 파동이 아닌 입자의 성질이 나타난 거죠.

두 실험의 유일한 차이는 빛이 어느 틈을 통과했는지를 실험자가 들여다보는지 여부입니다. 이 관측 행위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빛의 성질이 파동에서 입자로 바뀐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대로 관측이 없다면 빛은 파동으로서 간섭무늬를 만들고요. 실험자가 그저 빛이 어느 틈을 통과했는지 들여다보는 게 도대체 어떻게 빛의 내재적 성질을 어떻게 바꾼다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명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한다는 파동으로서의 빛은 마치 인간의 관측 행위에 부응이라도 하듯 갑자기 입자로 태세전환해 한쪽 틈으로만 통과한다는 얘기로도 들릴 수 있죠.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대상을 관측하는 행위 자체가 대상에 영향을 가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관측은 빛을 통해 이뤄지죠. 대상에 빛이 반사돼서, 즉 부딪쳐서 관측기구나 인간의 시신경에 닿아야 합니다. 부딪치는 과정에서 대상에 왜곡을 주고 이는 대상의 양자중첩·양자얽힘 같은 특유의 양자 상태, 여기서는 ‘파동의 성질’로 표현된 상태를 붕괴시켜버립니다.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 입자도 이런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연산 성능 향상의 관건이죠.

이 설명을 1927년 아인슈타인과 보어 등 물리학자들이 모인 솔베이 회의에서 정립된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양자역학의 주류 이론이 됐지만 당시에 모두가 인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설명을 정리하던 당시에는 특히 더 혼란이 컸을 텐데요. 대표적으로 아인슈타인은 광자 발견으로 본의 아니게 양자역학의 기틀을 다졌지만 이 핵심 이론에는 죽을 때까지 반대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솔베이 회의에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중슬릿 실험을 변형시킨 사고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 이론의 모순을 짚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중슬릿이 고정되지 않아 힘을 받으면 좌우로 움직인다고 가정했습니다. 광자를 관측하지 않고 이중슬릿에 통과시켜보죠. 그 결과 빛이 파동으로서 간섭무늬를 남긴다는 것까지는 기존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때 광자들이 어느 틈을 통과했는지도 동시에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빛이 간섭무늬를 남긴 이상 파동으로서 두 틈을 모두 통과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입자로서 한쪽 틈만 통과했다는 사실이 공존하는 모순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에 따르면 광자가 왼쪽 틈을 통과한다는 건 엄밀히 말해 왼쪽 틈으로 ‘튕겨져나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중슬릿 장치도 미세하게나마 충격을 받아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두 당구공을 비스듬하게 충돌시키면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요. 광자가 오른쪽 틈으로 튕겨져나갈 때도 이중슬릿 장치는 미세하게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이중슬릿 장치의 움직임으로 광자들이 어느 틈으로 빠져나갔는지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복해서 말하지만 빛은 앞서 입자의 성질과 공존할 수 없는 파동의 성질인 간섭무늬를 남겼다고 했죠.
1927년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가 고뇌를 거듭하며 내놓은 사고실험이었겠지만 이론이 거의 완성된 오늘날에는 비교적 쉽게 반박 가능한 논리입니다. 이중슬릿 장치가 광자를 튕겨버린다면 그것 역시 광자 입장에서는 실험자의 관측 행위처럼 파동의 성질을 붕괴시키는 외부 영향입니다. 이는 광자를 직접 관측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중슬릿 장치에서 튕겨져나간 광자는 파동의 성질을 잃고 대신 입자의 성질만 갖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추측과 달리 스크린에 간섭무늬는 찍히지 않죠. 결국 광자는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에서도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갖지 않고 여전히 둘 중 하나의 성질만 가집니다. 당시 보어도 비슷한 반론을 펼쳤습니다.
한 세기가 지난 올해, 물리학자들은 단순 논리 대결을 넘어 실험적으로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확인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실제 장치로 세팅해 빛의 간섭무늬가 생기는지 실험해본 것이죠. 도입부에서 소개한 판 원사 연구팀이 이번에 한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현대 물리학자들에게 빛은 이제 ‘파동이거나 입자’라는 식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7대3’과 같은 식으로 파동의 성질을 얼마나, 입자의 성질은 얼마나 갖는지 좀더 정량적으로 성질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이중슬릿 실험도 실제로 진행하면 간섭무늬가 ‘있다’ 또는 ‘없다’의 결론이 아니라 파동의 성질을 얼마나 갖는지에 따라 간섭무늬가 얼마나 선명한지, 또는 흐린지를 알려줍니다. 오늘날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일반화했습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연구팀은 루비듐 원자에게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움직이는 이중슬릿 역할을 맡겼습니다. 광자는 루비듐 원자와 부딪힌 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산란, 즉 튕겨져나갑니다. 루비듐 원자 역시 미세하게 튕겨져 움직이고 이를 측정하면 광자가 튕겨져나간 방향을 유추할 수 있겠죠. 이때 루비듐 원자의 움직임은 ‘광집게’라는 광학 기술을 통해 조절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광집게로 강하게 집을수록 루비듐 원자는 잘 움직일 수 없고 반대로 광집게가 느슨하면 루비듐 원자는 잘 움직입니다.
세팅이 복잡해보이지만 이를 통해 광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간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우선 광집게로 강하게 고정할수록 루비듐 원자는 광자와 부딪혀도 덜 움직입니다. 루비듐 원자의 움직임이 약해지면 광자가 어느 쪽으로 산란됐는지도 정보가 모호해집니다. 광자는 결국 ‘관측이 덜 된’ 상태로서 파동의 성질을 비교적 강하게 가집니다. 간섭무늬도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겠죠. 반대로 광집게로 느슨하게 고정할수록 루비듐 원자는 광자의 충격에도 더 잘 움직이고 이를 통해 광자의 위치도 더 잘 알 수 있으며 이는 광자를 더 많이 관측하는 셈입니다. 그 결과 파동의 성질은 약해지고 대신 입자의 성질이 살아나며 간섭무늬는 희미해지죠. 연구팀은 이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재현하는 시도는 중국만 한 게 아닙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도 올해 7월 실험적으로 반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중슬릿 역할로 원자 1만 개를 격자 구조로 만든 후 광자가 통과하면서 남긴 흔적을 보고 경로를 유추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양자역학 100주년인 올해 주요국들이 잇달아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오랜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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