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은 성심당 출입 금지"…LG, 한화 잡고 한국시리즈 먼저 1승

2025-10-26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박해민(35)은 올 시즌 내내 한화 이글스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한화만 만나면 유독 치명적인 호수비로 번번이 공격의 흐름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화 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박해민은 앞으로 대전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해라", "성심당(대전의 유명 빵집) 출입을 막아라" 등 각종 금지조항을 만들어냈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박해민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그만큼 내 가치를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극찬으로 받아들인다"며 웃곤 했다.

슬슬 그 금지령이 풀릴 때가 됐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여전히 그는 당분간 성심당에서 빵을 사지 못할 것 같다. LG와 한화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이 시작되자 그는 또 펄펄 날았다. 장기인 수비는 물론이고, 홈런으로도 공을 세웠다. '한화 킬러' 박해민이 또 한 번 한화의 기를 꺾었다.

LG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2로 완승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3.2%(41번 중 30회). 홈 구장 만원 관중 앞에서 첫판을 승리로 장식한 LG는 1990년, 1994년, 2023년에 이은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향해 힘찬 스타트를 끊었다.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는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해민은 1회초 1사 1루 첫 위기부터 존재감을 보였다. PO부터 물 오른 타격감을 자랑한 한화 문현빈의 타구가 잠실구장 외야 한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박해민이 날아올랐다. 빠르게 담장 앞까지 달려간 뒤 펜스로 몸을 날리며 뛰어올라 타구를 낚아챘다. 경기 시작부터 빠르게 올라가던 한화 타선의 기세를 단칼에 끊어냈다. 박해민의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넘긴 LG는 1회말 다음 공격에서 곧바로 반격했다. 한화 선발 문동주의 제구 난조를 틈타 1사 2·3루 기회를 잡았고, 김현수의 땅볼과 문보경의 좌중간 적시 2루타로 2점을 뽑았다.

2-0 불안한 리드가 계속되던 5회말, 이번엔 '중견수'가 아닌 선두타자 박해민이 나섰다. 정규시즌 박해민의 문동주 상대 성적은 7타수 1안타. 그런데 박해민이 친 공이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 끝을 넘어갔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문동주의 5구째 커브를 부드럽게 잡아당겼는데, 3점째 점수를 만들어내는 홈런이 됐다. 박해민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기세 좋게 배트를 집어던지며 동료들을 향해 마음껏 포효했다.

박해민은 장타와 거리가 먼 타자다.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홈런 3개를 때려낸 게 전부. 프로 13시즌 통산 홈런도 60개로 연 평균 4.6개에 불과하다. 앞서 삼성 라이온즈(2013~14년)와 LG(2023년)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15경기에 출전했지만, 홈런을 친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올해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려 존재감을 뽐냈다. 박해민의 '가을 DNA'가 첫 경기부터 팀을 살렸다. 기세를 올린 LG는 1점을 더 뽑아 문동주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고, 이후 한화 불펜을 공략해 4점을 더 냈다. 신민재가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확실하게 지원사격을 했다.

박해민은 경기 후 "한국시리즈 홈런은 상상하지 못했다. 출루가 목적이었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며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어 만족스럽다. 한화팬들의 원성은 딱 세 번(3승)만 더 듣겠다"고 기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해민의 1회 호수비가 무척 좋았지만, 그래도 홈런이 더 기뻤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 1차전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두 팀은 2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LG는 임찬규, 한화는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선다.

배영은·고봉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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