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외 금지…‘꽃양귀비’ 식품화 가로막는 규제

2025-06-01

꽃양귀비를 차(茶) 제품으로 상품화한 중소기업 ‘바이오신’(대표 신정애). 이 업체는 농촌진흥청 기술을 이전받아 야심차게 관련 가공식품을 만들었지만 제품 제조·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침출차 형태로만 가공할 수 있는 데다 꽃양귀비의 꽃잎만 원료로 쓸 수 있어 원료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신정애 대표는 “꽃양귀비를 마약으로 오인해선지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강한 탓에 액상·알약 형태로 제형을 변형할 수 없고, 원료 공급 또한 원활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은 꽃양귀비의 항염·항암 효과가 속속 입증됐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건강기능성 식품원료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관련 규제를 일정 부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꽃양귀비는 양귀비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종이다. 마약 성분이 없어 누구나 재배 가능하다. 농진청은 2023년 꽃양귀비 전초(뿌리·줄기·잎 등 식물의 모든 부분)에 항염·항암 효과가 우수한 ‘베르베린’과 ‘스틸로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산업체 9곳에 해당 기술을 이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기술을 이전받은 산업체에서 관련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배경엔 식품 규제가 자리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꽃양귀비는 꽃잎만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식용했다는 기록이 문헌으로 확인됐고, 꽃잎은 타 부위보다 알칼로이드 성분이 적어 식품원료로 등재됐다. 하지만 다른 부위는 해당 목록에 올라 있지 않아 쓸 수 없다. 식품원료 목록에 오르기 위해선 과거 식용 기록을 확보하거나 독성 검사 등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식약처는 꽃양귀비가 독성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양귀비와 이름·형태가 비슷하다 보니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명 경남 하동군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담당은 “매년 5월 열리는 지역 대표 축제인 ‘하동 북천 꽃양귀비축제’ 후 버려지는 꽃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꽃잎만 식품원료로 쓸 수 있다 보니 사람이 일일이 꽃을 따야 하는 등 채산성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농진청은 5월27일 하동군농기센터에서 ‘꽃양귀비 기술이전 산업체 현장 협의회’를 열고 업계 목소리를 청취했다. 김남정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장은 “산업체 의견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선해 제품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동=조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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