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방 식단으로 인해 유발된 비만이 뇌 신호와 장내 미생물군에 변화를 일으켜 불안증과 인지장애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데지리 원더스 교수팀은 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ASN) 학술대회(NUTRITION 2025)에서 생쥐에게 15주 동안 고지방 먹이와 저지방 먹이를 먹이며 변화를 관찰한 실험에서 고지방 먹이로 인한 비만과 불안증 및 인지장애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먹이로 인한 비만과 불안 증상, 뇌신호 변화, 뇌기능 손상에 기여할 수 있는 장내 미생물 변화 등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며 이는 비만과 불안증이 장과 뇌의 상호작용으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원더스 교수는 "여러 연구가 비만과 불안의 연관성을 시사해 왔지만 비만이 불안을 직접 유발하는지 또는 그 연관성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영향인지 등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비만이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뇌 건강에 미지는 잠재적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비만과 인지 기능 및 불안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6~21주(사람의 경우 청소년-성인 초기)된 생쥐 32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15주간 고지방 먹이(HFD)와 저지방 먹이(LFD)를 먹이며 차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고지방 먹이 그룹은 저지방 먹이 그룹에 비해 체중과 체지방이 많이 증가해 비만이 발생했다.
공포 자극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는 행동 실험에서 비만 생쥐는 마른 생쥐에 비해 위협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방어 행동인 '얼어붙기'(freezing) 같은 불안 유사 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발현 검사에서 비만 생쥐는 뇌 시상하부에서 인슐린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IRS2) 발현이 감소하고,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STAT3) 발현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IRS2 발현 감소는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킬 수 있어 비만, 당뇨병, 인지기능 저하 등과 연결될 수 있고, STAT3 발현 증가는 염증, 면역반응, 세포 성장·대사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 군집 분석에서는 고지방 먹이 그룹에서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이 감소하고 비만 상태에서 대사질환 등을 촉진할 수 있는 단쇄지방산(SCFA)을 생산하는 미생물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더스 교수는 "이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인간에게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비만 관련 인지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여러 시스템을 동시에 겨냥하는 게 중요하다는 새로운 통찰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비만이 정신건강, 특히 불안 측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잘 보여준다"며 "식단과 뇌건강, 장내 미생물 간 연관성을 이해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 예방 및 개입 등 공중보건 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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