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스레인지가 소아 천식 발병률을 높이고 수만 명의 조기 사망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건강·환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영국 의회에서 열린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는 스페인의 연구진이 이러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기 조리기기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우메 1세 대학교(Jaume I University)의 후아나 M. 델가도 사보릿 연구원은 영국 의회에서 열린 ‘공공 보건과 지구를 위한 요리 전기화 정책 경로’ 행사에서 전문가 패널로 참석해, 가스 조리기구 사용과 관련된 공중 보건 위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실내 가스 조리기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이 어린이의 천식뿐 아니라 조기 사망률과도 연관이 깊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발표는 델가도 연구원이 발렌시아 대학교, IDIAP 조르디 골 연구소와 함께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영국에서 가정 내 가스 조리로 인한 오염이 매년 약 4만 명의 조기 사망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가스레인지 사용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졌으며, 스페인의 경우 평균 수명이 약 1년 단축되고 약 2,000명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가스레인지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소이산화질소(NO₂) 노출이 매년 약 19,000명의 조기 사망과 5만 건에 달하는 소아 천식 사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가스레인지에서 발생한 NO₂ 농도가 WHO의 안전 기준을 초과하며, 조리 후 수 시간 동안 오염된 공기가 집안 전체에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가정 내 불완전 연소와 공기 오염으로 매년 약 32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WHO는 조리 기기와 난방 도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NO₂ 등이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뇌졸중 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맨체스터 지역의 인덕션 레인지 도입 사례와 함께, 영국 내 전기 조리기 전환 정책 보고서도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실행 가능한 정책 권고안과 함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들이 정리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및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 내 전기화 전략과 시행 사례를 공유하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강과 기후를 위해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나 전기레인지로의 조속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실내 환기 시스템 개선과 공공 인식 제고 역시 병행되어야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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