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은경 '감염병 수업' 30명 왔다…서울대 의대 개강 첫날

2025-01-20

2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 의대 연건캠퍼스 한 강의실. 초대 질병관리청장을 지낸 정은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마이크를 손에 쥔 채 ‘감염병 현황과 관리’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은 의대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180석 규모의 강의실에 학생 30명이 앉아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는 이날 본과 3·4학년 수업을 개강하면서 올해 학사 일정을 시작했다. 본과 4학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교수들은 “지난해에 안 보이던 학생들이 꽤 보인다”, “학생이 지난해 기준 2배로 늘었다”라며 반색했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는 소감을 물었으나 학생들은 “(언론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 “개인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읽힐까 걱정된다”라며 말을 삼갔다.

서울대 의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본과 4학년생 가운데 전체(135명) 22%에 해당하는 30명이 이번 학기 수강 신청했다. 이는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지난 10~13일 진행한 ‘집단 휴학 동참’ 투표에서 나온 복학 찬성 의견(23%)과도 비슷한 수치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가을학기 수업을 들은 학생이 15명이었는데, 2배로 늘었다”라며 “고학년 학생들이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복학신청자는 약 50여명이다. 서울대 의대의 복학 신청 기간은 2월 말 까지다.

다만 이 같은 복귀 움직임은 소수에 그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2025학년도에도 상당수 서울의대 학생이 투쟁을 이어나갈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서울대 의대 교수 50여명은 개강을 앞둔 지난 16일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아직 학업의 과정에 있다”며 “투쟁으로 휴학을 다시 한번 선택한다면 여러분 요구가 무엇인지 충분히 설명해달라. 그게 어렵다면 학업으로 돌아와 정부 정책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복귀를 호소하는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다.

최근 의대생·의사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서울대 의대에서 복귀 여론이 있다는 점을 비난한 글이 여럿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서울 소재 의대의 한 교수는 "2년 연속 휴학하고 싶은 학생은 한 명도 없다"라며 "익명을 방패로 복학 학생을 괴롭히고,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오는 2~3월 개강을 앞둔 다른 의대들도 꿈쩍 않는 의대생들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 의대 학장은 “올해엔 개강을 미루는 일 없이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라 학생들을 끝까지 설득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장은 “돌아온다는 학생이 없어 개강 여부 등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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