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지브리 이미지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2025-04-04

여기 짝퉁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다. 그는 지브리 스타일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가 풍경 그림을 그리면 마치 <이웃집 토토로>의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 나고,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리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풍경은 이웃집토토로의 시골마을과 다르고, 초상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저 ‘스타일’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과 유사한 느낌을 줄 뿐이다.

아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챗GTP의 이미지 생성기가 이번 칼럼의 소재다.

앞에서 말한 짝퉁 미야자키 하야오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렇지만 이런 재능이 있는 사람은 현실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이 사람이 그린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의 그림은 저작권 위반일까?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로 그림을 그렸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 이 그림을 돈 받고 팔았다면? 아마 저작권법 전문가들끼리 찬반 논쟁이 벌어질 사안일 것이다.

보통 저작권은 ‘아이디어’나 ‘스타일’을 보호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구체적인 캐릭터의 모습이나 줄거리가 저작권의 대상이 될 뿐이다. 1990년대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영화가 많았지만, 창의성이 없다고 비판받았을지언정 저작권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 이제 짝퉁 미야자키 하야오를 사람이 아니라 AI라고 생각해보자. 챗GPT의 이미지 생성기는 지브리의 ‘스타일’을 흉내낸다. 내 사진을 올리면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처럼 바꿔준다. 이 상황은 저작권법에서 문제가 될까?

그림을 그리는 주체를 사람에서 AI라고 바꾸니 쉽게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아이디어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스타일을 따라했으니 저작권 침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AI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걸 용납하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사람과 달리 AI는 대량으로 유사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논점을 그림이라는 결과물이 아닌 학습 과정으로 옮겨보자. 짝퉁 미야자키 하야오가 사람이라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따라해 보면서 학습했을 것이다. 사람이 인터넷에서 지브리 이미지를 찾아보면서 따라 그려보는 것을 두고 저작권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AI가 주체가 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AI가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보고 학습을 하는 것은 아직 분명한 법적 기준이 없다. 저작권자들은 저작권 위반이고, 자신의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개된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만 이용하는 경우, 공정사용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와 같은 이들은 저작권을 강화하면 AI 기술 경쟁력이 사라져 중국 AI에 잡아 먹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챗GPT의 이미지 생성기가 등장한 이후 저작권 침해 우려를 외치는 목소리가 많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AI를 활용한 창작에 대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한 것이 이런 목소리에 든든한 받침이 되었다.

하지만 강물은 흐르기 시작했다. 앞에서 살펴봤듯 AI와 저작권 문제는 굉장히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저작권 관련 규제나 법을 AI에 그대로 적용하면 무언가 꺼림칙하지만, 그렇다고 AI를 대상으로 한 법이나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AI에 대한 저작권 논란은 앞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오픈AI가 시작했다면 다른 AI 업체들도 모두 유사한 능력을 보유한 AI를 선보일 것은 자명하다. 이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큰 회사만 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개인 PC에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드는 AI 모델을 돌릴 수 있는 시대도 올 것이 분명하다. 지브리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스타일을 다 따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마 스타일을 흉내낸 AI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법으로 막으려 해도 스타일이 무엇인지 기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고 있을 수도 없다. 분명히 많은 창작자들은 이런 기술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챗GPT가 쏘아올린 지브리 논란을 기점으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이미지 생성기의 등장을 막아보겠다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년 전 음반업계는 MP3 복제를 막으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막지 못했다. 이 산업이 여전히 건재한 것은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다. AI 이미지 생성도 막을 수 없다. 창작자들이 참여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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