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은 강신욱(69) 대한체육회장 후보자에게 삶이다.
강 후보자는 학창 시절 학교 대표로 축구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중학교 시절엔 짧고 굵은 야구부 생활도 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일 땐 하키 선수로 활약했다.
강 후보자는 대학 졸업 후 체육 교사의 길을 걸었다. 강 후보자는 전농여중에서 체육 교사이자 하키부 감독을 맡았다. 1989년부턴 단국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정년 퇴임 후엔 단국대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강 후보자는 체육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에 나서는 걸 꺼리지 않는다.
강 후보자는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2005~2013), 한국체육학회장(2016~2017), 대한체육회 이사(2017) 등을 역임했다.
“도덕성은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체육계 수장에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 수장을 연임하면서 품위를 훼손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강 후보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강신욱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허용한 건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Q.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자격을 승인했습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평가는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를 50대 50 비율로 나눕니다. 정량 평가(50점)는 국제 기구 임원 진출(10점), 재정기여도(10점), 단체운영 건전성(10점), 이사회 참석률(10점), 포상 여부(5점), 징계 및 개인 범죄사실 여부(5점) 등으로 나뉘죠. 정성 평가(50점)에선 국제 기구 임원 당선을 위한 노력, 계획, 가능성이 20점을 차지합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회장의 3선을 허용하는 데 핵심은 두 가지였을 겁니다. 하나는 재정적 기여입니다. 또 하나는 스포츠 국제외교에 얼마만큼 이바지했느냐죠. 이기흥 회장은 현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입니다. 이 직위가 큰 도움이 됐을 거예요. 저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철저한 원칙에 따라서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자격을 결정했다면 존중했을 겁니다. 문제가 없을 거예요.
국민적 눈높이로 봐야 합니다.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결정이 올바르냐고 봤을 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Q.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 체육계는 국가 예산에 크게 의존합니다. 대한체육회라고 다르지 않죠.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수장입니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체육계 수장으로서 도덕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 수장을 두 번이나 연임하면서 품위를 훼손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저 역시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수장으로서의 품위를 심히 훼손했다’고 봅니다. 체육인뿐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허용한 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Q.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승인한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을 보면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15명 모두 이기흥 회장이 임명한 인사입니다. 강신욱 후보자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저는 오래전부터 이기흥 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3선 연임 심사를 받는다면 무조건 통과될 것으로 봤습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이 이기흥 회장의 임명으로 이루어진 때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겁니다.
Q. 11월 10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은 이기흥 회장을 부정 채용, 물품 후원 강요,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했습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은 이틀 뒤인 12일에 있었는데요. 특히나 정성 평가 기준엔 ‘임원으로서 윤리성 및 청렴성’ 항목이 있었습니다.
체육계엔 국민의 분노나 상실감 때문에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이 좌절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어요.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왜냐.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이 말하잖아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어떤 일이 있든 회장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이 됐다고 보는 겁니다.
Q. 최근 체육계에선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공정성’이 빠진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존재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름에 걸맞은 단체로 거듭나려면 어떤 부분을 손봐야 한다고 봅니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 3선 연임 결정만을 다루는 곳이 아닙니다. 체육계의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예를 들면 여러 체육단체 회장의 연임, 상벌 등을 결정하죠. 그런데 그 결정 과정에서 회장, 임원의 의중, 의지가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아닌 겁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확실히 독립된 기구로 재편해야 해요.
Q. 이기흥 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당당해요.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도 공식화했죠. 많은 혐의, 의혹에도 당당하다는 건 잘못이 없기 때문일까요. 그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박근혜 정부 말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느낌을 줬어요. 이기흥 당시 대한체육회장 후보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정부 프레임’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처음 대한체육회장직을 따냈었죠.
이번에도 이기흥 회장은 정부와 맞서고 있어요. 그런데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정부가 대한체육회에 새로운 회장을 앉히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기흥 회장의 각종 비위 혐의를 조사하고 수사를 의뢰한 겁니다.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정부가 이기흥 회장의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3선 도전을 지켜만 본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닐까요. 정부는 대한체육회에 매해 많은 예산을 내려줍니다. 대한체육회에 내려주는 예산은 국민의 피와 땀이 담긴 돈입니다. 가만있어선 안 되는 거죠. 설령 정부가 부당하게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개입한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1970~80년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2024년이에요.
이기흥 회장이 당당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지 저도 많이 고민하는데요. 제가 여러 체육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믿는 구석이 확실하단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모든 체육인을 무시하는 거죠. 믿는 구석이란 건 이런 겁니다. 자신이 ‘반정부 프레임’을 가지고서 정부와 맞서도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 거죠.
Q.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3선 연임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저도 제일 궁금한 겁니다. 국민의 비판을 받고, 정부와 맞서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장직을 그런 위험부담을 무릎 쓰고서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한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나 자신에게 신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또 하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거죠. 제가 이기흥 회장을 만나게 된다면 그 이유를 꼭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
체육계에서 다들 비슷한 얘길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한체육회를 향한 저항, 비판의 강도가 지금처럼 세면 멈출 거예요. 이기흥 회장은 다르죠. 이기흥 회장이 3선 도전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체육계엔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3선 도전 무조건 할 것으로 봤죠. 체육계 수많은 분이 이 3선 도전을 집착으로 보고 있어요. 저는 막무가내로 나아가는 것이 이해되질 않습니다.
평생을 체육 교육자로 살아왔던 강신욱, 그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이유
Q. 강신욱 후보자는 왜 2연속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겁니까.
평생을 체육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체육의 가치를 믿고 평생을 살아왔어요. 체육의 가치가 뭡니까. 누구든지 땀 흘린 만큼의 성과가 따른다는 겁니다. 내가 흘린 땀을 믿고 싸우면 공정한 룰에 따라서 정의로운 결과를 마주한다는 거죠. 그런데 내가 믿고 살아온 체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망가지고 있어요. 국민의 지탄을 받습니다.
안세영 선수가 큰 용기를 내어 체육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안세영 선수가 지적한 것들 외에도 체육계엔 문제가 산적하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원칙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체육계에 몸담아온 제 삶이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란 걸 보증한다고 봅니다.
Q. 강신욱 후보자는 ‘국민’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꺼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국민투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체육인들이 대한체육회장을 만드는 선거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체육인들의 삶에 이득이 되는 사람이라면 체육회의 수장이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 선거 제도에 관해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어떠한 선거든 공정해야 합니다. 부정한 개입이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히 차단해야 해요. 현 선거제도는 현직자인 이기흥 회장에게 아주 유리합니다. 예를 들면 체육회엔 투표권을 가진 단체장, 이른바 회장님들이 계십니다. 이기흥 회장은 이분들과 소통하고 마주하는 데 제약이 없어요. 대화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타 후보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Q. 현재 종목단체에 내려줄 수 있는 예산 편성권도 대한체육회장에게 있습니까.
대한체육회는 사업의 형태로 예산을 집행합니다. 직접적으로 예산이 내려지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 사례를 한 번 보세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건립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2027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철거됩니다. 그러면서 시작된 대한체육회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사업이죠. 국비 약 2,000억 원이 투입되는 큰 사업이에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체 시설 부지선정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총 7곳이 유치 신청서를 냈어요. 1, 2차 심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엔 최종 발표가 났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4월엔 국회의원 선거, 7~8월엔 파리 올림픽을 이유로 선정 심사를 미루고 미뤘습니다. 지금도 달라진 게 없어요.
체육계에선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아세요. 체육계에서 공통으로 얘기하는 게 “부지선정을 하면 6곳이 떨어지지 않느냐.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 부지 선정을 하겠다는 거죠.
Q.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 투표소가 올림픽회관에만 설치되는 것으로 압니다. 어디에 살든 선거 당일 올림픽회관까지 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복수의 체육계 관계자는 “이러한 선거 제도 역시 현직자에게 매우 유리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저는 투표소가 올림픽회관에만 있는 게 현직자에게 꼭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다만 체육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투표함이 지방으론 못 간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대단히 불편한 일이죠. 많은 체육인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투표를 진행할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를 자세히 설명한 이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Q. 지난 선거 땐 코로나19로 모바일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모바일 투표는 시기상조(時機尙早)란 판단입니다. 장점은 명확하죠. 선거가 아주 편리해진다는 것. 다만 여러 의혹과 오해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체육인들이 한데 모여서 모바일 투표를 진행한다’는 등의 의혹이 불거지는 거죠. 이런 의혹이나 오해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입니다.
Q.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다면 선거 제도를 바꿀 생각입니까.
당연하죠. 어디를 얼마만큼 손볼진 모르겠습니다. 선거 제도란 걸 대한체육회장만의 생각만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체육인과 소통하고 협의해야 합니다. 그런 소통 과정을 거쳐서 지금보다 더 신뢰받을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선거는 늘 공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강신욱 후보자가 ‘최저학력제’를 반대하는 이유? “현장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
Q. 강신욱 후보자는 교육부가 시행 중인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압니다.
최저학력제. 참 좋은 뜻에서 시작한 거죠. 학생선수는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잖아요. 학생이 공부하는 건 당연한 거죠.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각 이상으로 큽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하나같아요. 학업 성적만으로 ‘대회를 나가느냐 못 나가느냐’를 판가름합니다. 한국 최고의 유망주가 학업 성적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운동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겁니다.
최저학력제는 유보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현실에 반영될 수 없으면 바꾸어야죠. 최저학력제가 도입된 순간부터 현장에선 비슷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꿈을 이룰 있게 도와달라’는 절규에 가깝습니다. 언제까지 외면할 겁니까. 외면하고 있는 것 자체가 큰 실수라고 봅니다.
Q. ‘최저학력제’ 폐지까지 언급했습니다. 학생선수들의 운동 시간을 과거처럼 늘려야 한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학생선수들은 운동 외 시간에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저는 평생을 교단에 있었습니다. 학생선수라고 해서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엔 반대합니다. 일반학생들과 똑같은 교육 과정을 거쳐야죠. 똑같은 교육과정 안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학생선수라고 해서 특혜가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공교육은 항상 공정해야 하고요.
저는 최저학력제를 유보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지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게 아닙니다. 학생선수들은 지금처럼 똑같이 수업받으면서 운동하면 돼요. 다만 학교 성적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교육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는 보호입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하는 거예요.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학생들이 어울리면서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곳은 학교뿐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학생선수들과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운동에 집중하면서 남는 시간에 교육받으면 되지 않느냐. 교육을 꼭 학교에서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니 다른 곳에서 부족한 부분만 채우면 되지 않느냐’고. 매우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앞서서 이야기한 보호라는 건 단순히 신체적인 보호가 아니에요. 안전을 보장받는 곳에서 교육을 받고, 신체적 성장을 이루며,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인류가 학교란 교육기관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학교는 교실 안에서 사회적인 역할을 선발해 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공부, 다른 이는 체육, 미술, 음악 등의 장기를 살려 나가는 거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며 살아갈 것인지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교실이란 겁니다.
Q. ‘최저학력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한국 운동선수들은 과거 하루 네 차례 운동이 기본이었습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입니다.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빼고 운동만 하는 거예요. 모든 학생선수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최저학력제’라도 있으니까 학생선수들이 수업을 듣고 학업에 관심이라도 보이는 것 아닙니까.
일리가 있는 얘기입니다. 저 또한 처음 ‘최저학력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상당 부분 동의했던 사람이에요. 문제는 현장입니다. 현장에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전할 기회만이라도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를 합니다. ‘최저학력제’ 도입의 시작은 ‘모든 학생이 수업을 듣게 하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학업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 아주 좋죠. 그게 당연하고요. 하지만, 학생선수들이 실업팀에 갈 때 필요한 건 입상과 같은 결과물입니다. 결과물이 없으면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돼요. 이 문제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정리하면 ‘최저학력제’가 결코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Q. 대한체육회장은 한국 체육계 수장입니다. 운동은 엘리트 선수만의 것이 아닙니다. 일반학생들에게도 체육은 아주 중요한데요. 학교 체육에 관해선 어떤 계획이 있습니다.
제가 대한체육회장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운동했던 이력 혹은 운동부 일원이었던 이력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도록 하는 겁니다.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의 입시가 그래요. 학창 시절 운동했던 이력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거죠. 학창 시절 체육 활동 경험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것이 학교체육을 살리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학교체육 활성화의 시작이 될 겁니다.
Q. 강신욱 후보자는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았습니다. 학교 체육 활성화란 오랜 과제를 해결하는데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체육, 교육은 제 삶의 동반자입니다. 교사, 교수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수많은 학생의 성장을 도왔어요. 수많은 교육 행정가와 소통한 경험도 있죠. 저는 한국 체육과 교육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강신욱 후보자가 ‘지방체육회 활성화·지도자 처우 개선’를 외치는 이유
Q. 강신욱 후보자는 2021년 1월 18일 치러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왔을 때도 ‘지방체육회 활성화와 지도자 처우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4년이 지났습니다. 문제가 더 심각해졌어요. 지방체육회를 살려야 합니다. 지방체육회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리해서 민선 체제로 만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체육 혹은 스포츠를 정치와 분리하겠다’는 것이잖아요. 이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한 뒤에 분리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단체만 툭 분리해 놓았어요.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 가운데 무려 20% 이상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지방체육회를 살리겠다’고 했었습니다. 현실을 보십시오. 지방체육회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체육회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받지 않고,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제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다면 제일 먼저 지방체육회 예산 확충을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설 겁니다. 정치권에서도 대립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입니다. 여·야가 힘을 합쳐서 지방체육회를 살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지도자 처우 개선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학교체육, 생활체육에 몸담는 지도자 처우가 매우 심각해요. 문제의 심각성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심해집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경력이 1년 된 체육지도자와 10년 된 체육 지도자의 봉급이 비슷해요. 20년 된 체육지도자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조금이나마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체육지도자들도 호봉제가 적용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유능한 지도자들의 이탈은 더욱 심화할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지도자가 생계 문제로 다른 직종으로 향하고 있어요. 꿈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이도 상당합니다. 한국에서 체육 지도자가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어요.
Q. 강신욱 후보자는 심판들의 처우에 관해서도 고민한 것으로 압니다.
심판들의 처우 개선도 제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현장에서 심판들의 고충을 접했습니다. 당장 시급한 게 심판들의 고용 안정성 확보, 현실적인 수당, 전문성 강화입니다. 어떤 종목이든 심판 없이 경기가 진행될 순 없어요. 심판은 공정한 스포츠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그런 심판들이 투잡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체육계 심판 약 1만 명 중 대다수가 본업 외 투잡을 뛰고 있어요.
현행 상임 심판 제도는 단기 계약입니다. 고용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져요. 심판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어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전문성, 연차도 제대로 보상받아야죠. 경험에 따른 합당한 보상은 당연합니다. 심판들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할 거예요. 국제 심판 자격 취득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현행 심판 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습니다. 알고리즘 기반 배정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심판의 경력, 경기 난이도, 공정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시스템을 통해 불공정한 배정 논란을 방지할 겁니다. 심판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체육계를 만들 것입니다.
Q. 한국 체육계에선 일부 경기인 출신이 선수 시절의 성과만을 가지고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걸 흔히 봅니다. 경기인 출신이 아니어도 철저히 준비한 이에 한해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저는 한국 체육계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선수 출신들이 지도자뿐 아니라 행정가로도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 종목의 지도자 육성 과정을 보면 과거보다 상당히 체계화가 되어 있어요. 비선수출신들이 생활체육 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건 흔히 볼 수 있고요. 그렇게 경험을 쌓다가 행정가, 임원 등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봅니다.
한국 체육단체, 대학 등에서 좋은 지도자, 행정가를 꾸준히 육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육성이 아닌 배치입니다. 매해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육성한 인원은 많은데 어딘가에 배치해서 경험을 쌓게 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요. 앞서서 이야기한 생활 체육, 학교 체육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나 입시에 학창 시절 체육 활동이 큰 영향을 끼친다면 유능한 체육인들이 더 많이 양성될 것입니다.
Q.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수익화 사업’도 언급했습니다.
당장 명확하게 이야기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단계예요. 누구든지 그럴싸한 이야기는 할 수 있죠. 과거 대한체육회장들은 대한체육회의 수익화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했겠습니까. 다들 시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거예요. 대한체육회가 비영리법인입니다. 수익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한계가 있어요.
다만 대한체육회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는 만들어놔야 한다고 봅니다. 그 시작을 알려야 해요.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별도의 독립법인을 만들어서 한국 체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익금을 낼 수 있는 구조 등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3~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부분이에요.
Q. 어떤 사람이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든 조직개편은 필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강신욱 후보자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다면 대한체육회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개편할 계획입니까.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다면 꼭 만들고 싶은 세 위원회가 있어요. 지방체육회원회, 지도자위원회, 학부모위원회입니다. 이 세 가지를 꼭 만들 겁니다. 지방체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체육계에 몸담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이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에요. 지도자위원회, 학부모위원회 다 마찬가지죠.
선수위원회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활성화해야 해요. 선수들만큼 한국 체육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이는 없습니다. 선수들에게 더 좋은 운동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면,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대한체육회장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후에 입을 열어야 한국 체육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강신욱 후보자의 출마 선언과 공약 등을 살펴보면 ‘투명성’ 또한 대단히 강조합니다. 대한체육회가 지금보다 투명해지려면 어떤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봅니까.
저는 대다수 회의록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대한체육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강화하려면 이사회 회의록, 위원회 회의록 등 대다수 회의록을 공개해야 해요. 대한체육회가 진행하는 대다수 사업의 심사 결과 또한 공개할 것입니다. 회의록을 공개한다는 건 기록을 남긴다는 거예요. 체육계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부끄러운 일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누구든지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오늘은 대한체육회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보실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국민이 ‘체육인들은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이길래 이런 결론을 도출한 걸까’란 의문을 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여 저는 대한체육회장은 최대 두 번까지만 맡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장은 최대 두 번이면 됩니다. 다음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현직자의 의무라고 봐요.
Q.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을 이기려면 단일화가 필수란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달라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체육인들이 바보입니까. 체육인들은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들이 아니에요. 현 체육계 상황을 명확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관한 언급을 안 할 뿐이에요. 못하는 거죠.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신 모든 분이 같은 생각일 겁니다. 자신 있습니다.
만약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해야죠. 문제는 모든 후보자가 중심이 되길 바란다는 사실인데요. 현명하게 판단하겠습니다. 단일화에 대한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습니다. 저보다 유능한 분이 계신다면 양보할 의향도 있어요. 저는 체육계의 정상화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체육의 정상화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체육은 제 삶입니다.
[송파=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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