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연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납입해 투자를 해왔다. 그런데 올해부터 절세 계좌의 세제 혜택이 줄어든다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에게 얼마나 타격이 있는지, 이를 계속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에 빠졌다.
올해 들어 펀드 배당금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법이 개편됐다.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세액공제 방식이 3년 유예기간을 갖고 2025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시행 이후 ISA·IRP 등 절세 계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세제 혜택 축소에 이중과세 논란까지 제기됐다.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은 무엇이며 투자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가는 것이 좋을지 알아본다.
◆배당금 위주 해외투자 ‘서학개미’에 타격=절세 계좌를 활용한 국내 상장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는 만기 인출 이전까지 배당·분배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기존에는 해외펀드에서 배당소득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에서 먼저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이후 자산운용사가 해외에 세금을 납부하고 배당금을 받아오면 국세청이 이를 먼저 펀드로 환급하는 구조였다. 투자자의 계좌에는 세금을 떼지 않은 원금 전액이 입금되고, 이후 세전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다.
그런데 개정된 법의 시행으로 국세청 선환급 절차가 사라지며, 해외종목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외납세액을 먼저 떼이게 된 것이다. 즉 세후소득은 이전과 같지만 그 과정에서 과세이연으로 배당금을 최대한 활용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절세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다만 이번 세제 개편은 절세계좌 내 모든 수익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만 영향을 미친다. 해외펀드의 투자 수익은 배당소득과 주식 매매차익(자본이득)으로 나뉘는데, 이번 개편의 대상은 배당소득이다. 예를 들어 서학개미 중에서도 배당성장 ETF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타격이 있고, 시세차익 위주의 ETF 등을 담은 투자자에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투자 매력 떨어져…해지해도 될까=세제 혜택이 줄어 절세 계좌 해지 를 고려한다는 이들도 나온다. 절세 계좌 해지 땐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절세 계좌를 중도에 해지한다면 그간 받았던 절세 혜택을 뱉어내야 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때, 과세이연 혜택을 받았던 세후 수익에서 소득세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IRP의 경우 만 55세 이전에 중도해지를 한다면 더욱 손해가 크다. 중도해지 시 인출되는 현금은 ‘연금 외 수령’으로 간주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납입한 원금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도 과세가 이뤄지고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분도 반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혜택 축소가 투자자들의 절세 계좌 해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본다. 우선 이중과세 논란은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은 상태다.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납부한 수익에 대해 국내에서 다시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이 이중과세 논란의 핵심이었는데, ISA 계좌에 대해 해외에서 이미 납부한 세액을 일종의 ‘크레디트’처럼 적립한 뒤 향후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해야 할 시점에 이를 공제하기로 했다. 이는 7월부터 시행된다.
◆절세 계좌 활용 투자, 여전히 유리한 이유=성급하게 절세 계좌를 해지하는 것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부 혜택 축소가 있지만, 여전히 그만한 장점을 가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연금저축과 IRP 계좌의 세액공제, 저율분리과세 혜택, ISA의 투자손익 통산 및 비과세 혜택 등은 그대로다.
안비호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절세 계좌의 혜택이 줄었다곤 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이를 활용한 투자법이 유효할 것”이라며 “굳이 대응하자면 해외 배당 중심 대신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투자 포트폴리오로 비중을 조절하는 식이 맞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외주식 투자에 쏠리기보다 채권 등 안전자산을 함께 편입하면 더 안정적”이라면서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 대해서는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