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기회인가 리스크인가”… 산자위원들 ‘신중 모드’ [국회 설문]

2025-10-29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알래스카 주지사 등이 밀어붙이고 있지만, 반대로 기존 공급망인 휴스턴 측에서는 기존 판매처를 잃게 될 우려가 상존.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를 전적으로 지지할지는 미지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소속 3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을 질의한 당시 익명을 전제로 한 주관식 응답 중에서 가장 전문성이 뛰어난 A 의원의 답변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사업에 ‘알래스카 LNG 사업의 SWOT(강점·약점·기회요인·위협요인)’을 신청해 선정된 조세금융신문은 당초 국회 산자위원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관련된 투자 협상이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의원들이 드러내놓고 개별 입장을 밝히기 어려웠던 정황이 역력했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변칙 언행으로 전대미문의 압박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협상과 맞물려 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산자위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본지에 이런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직접 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아래 조세금융신문은 11개의 객관식 문항과 3개의 주관식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돌렸다.

30명의 산자위원 중 20명은 끝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익명을 전제로 응답해 달라는 요청에도 “큰 국익이 걸린 문제라서 판단이 쉽지 않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10명의 산자위원들은 설문에 응했다. 조세금융신문은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 10명의 소중한 응답에도 불구하고 표본오차 등 설문조사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문항별 응답 분석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관식 응답과 조사 과정에서 의원실의 반응, 객관식 설문에 대한 대략적인 응답 특징 등을 간추려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편집자 주)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놓고 고심 중인 국회 산자위원들

국회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모두 A 의원처럼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산업계 이해관계를 꿰고 있을 리가 없다.

이 때문에 B 의원은 “자원개발 및 자원 안보, 궁극적으로 외교안보 측면에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협약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C 의원도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판단이 제한되어 명확한 입장을 표하기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사실 30명의 산자위원들이 이 이상 답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조세금융신문의 결론이다.

D 의원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반대하면서 “사업의 타당성 결여와 정치적 리스크”라는 주관식 응답을 보내왔다.

E 의원은 “LNG의 안정적인 가격 유지라는 측면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장점이 있지만, 추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꽤 전문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D 의원과 E 의원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나름 자료를 찾아보고 논점을 짚어보며 고민한 흔적이 뚜렷했다.

미국 정가와 에너지 산업계,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친소 관계 등을 짚어준 A 의원도 “지금 상황에서는 전망이 어렵고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경제성 분석,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꿰고 있음을 보여줬다.

A 의원은 특히 “프로젝트의 경제성 및 사업 타당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사견도 밝혔다. 지금도 화석연료의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이러한 탄소중립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마당에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미국의 화석연료 투자에 참여한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난다는 평가다.

◇ 에너지 안보 걱정하는 의원들도 많아

A 의원은 “당장 알래스카 LNG 사용처가 있더라도 그 용량은 점차 감소할 전망”이라며 “LNG 발전 원가 역시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부정적 결론을 냈다.

F 의원은 “미래에 LNG 수요가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정보가 불확실하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보류하고 있다”고 고심의 결과를 털어놨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의 간헐성(밤과 낮, 계절별 발전효율 차이)을 가스 발전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예리하게 간파한 것이다.

G 의원은 “미래 첨단 전략산업의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은 안정적 전력 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공급망의 전반적 추진이 필수 요건”이라며 가스 발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H 의원도 “발전용 가스는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환경 문제와 국가 탄소중립 목표와의 정합성에 대해 논평을 보내온 국회의원도 있다.

I 의원은 “환경·생태적 이슈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 사업이 시작된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중단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에서 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을 반영하는 의견도 나왔다.

J 의원은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도 중요하지만,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LNG를 상당 부분 구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추가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면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입국 다변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알래스카 LNG 둘러싼 지정학과 지경학

미국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은 오래전부터 화두였다. 알래스카에는 도처에 풍부한 천연가스전이 있었지만, 번번히 용두사미로 끝났다. 동토층 공사 비용 등 가성비 높은 개발이 아닌 것으로 매번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명 높은 나라별 상호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관세 협상의 연장으로 알래스카 LNG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동맹국을 수출로 일으켜 세워줬으니, 이제 버거워진 미국에 투자, 상생하자는 의미로 투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알래스카주의 오랜 숙원인 지역 에너지 문제까지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 카드는 이렇게 미국 국내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정치는 외교, 안보, 통상의 지점에 생긴 공백을 메워 넣는 퍼즐 같은 마법이다.

트럼프에게 알래스카 LNG 사업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중국을 포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시급히 해소하는 카드다.

실제 중국은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약한 고리인 핵심 광물(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미국산 돼지고기와 콩 수입을 중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마당에 중국을 압박하는 관세정책은 그렇게 트럼프 행정부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트럼프는 그럴수록 러시아를 어르고 달래 미국의 ‘중국 약화시키기’ 압박 정책에 동참시키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호사가들은 과거 키신저 대통령이 중국과의 핑퐁외교로 러시아를 약화시켰듯, 이번에는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의 힘을 빼는 판으로 몰아간다는 의미에서 ‘역키신저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 영악한 트럼프…미국 회생과 지구촌 지속가능성은 제로섬 게임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서아시아(중동) 지정학을 다시 일으키려는 의도는 또 다른 트럼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군사동맹 이스라엘을 앞세워 상시적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고, 이를 위해 이란핵을 무력으로 억누르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궁극적 목표는 에너지 패권 강탈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란을 압박하면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 긴장이 상존, 이란의 석유 40%가 향하는 중국이 에너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같은 논리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다 쓰는 동아시아 선진국(한중일)은 모두 곤혹스러워진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전 세계 에너지 수급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중동,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로부터 빼앗아 올 심산이다. 이 구도에 OPEC+를 주도하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극항로를 과점으로 공유하면, 대중국 압박 목표는 물론 미국의 에너지 굴기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2025년 현재 세계 1위 산유국이지만, 앞으로 20년 후면 셰일가스가 고갈되는 것으로 에너지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의 속셈을 정리해 보자.

매장량이 풍부한 알래스카 북구 프루도베이 가스전을 개발해 남부 앵커리지까지 파이프라인가스(PNG)로 이동시킨다.

그동안 많은 에너지 매장량에도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의 천연가스를 써야 했던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싼값의 가스를 제공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구도가 트럼프나 공화당만의 구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은 다르다. 알래스카 LNG, 사업 허가 대부분이 바이든 집권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 에너지 패권 위해 전쟁도 불사…한국의 기회는?

인구 70만명의 알래스카 주민들만 쓰기 위해 4000억 달러를 들여 고난도의 공사를 통해 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순진하고 이차원적인 생각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천연가스를 동맹국들에게 우격다짐으로 장기 대량 구매토록 할 심산이다. 게다가 이 사업에 필요한 돈도 대라는 요구를 거침없고 노골적이며 뻔뻔하게 했다.

군사기지가 있는 앵커리지까지 옮겨온 프로도베이 천연가스는 다시 알래스카 남해안 부동항인 니키스키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만든다.

이곳에 액화플랜트를 짓고 LNG선으로 세계 메달권 가스 수요국인 한·중·일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개발도상국 동남아시아까지 최단 거리로 가스를 공급하는 최고 에너지국가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이미 러시아산 PNG가스를 미국산 LNG로 대거 교체한 미국은 유럽 전역에서 파이프라인 가스 자체를 완전히 몰아내고 자국산 LNG로 대체할 노골적 구상을 밝혔다.

미국은 알래스카 LNG 역시 러시아를 잘 설득해 북극항로를 따라 유럽에 보낼 계획이다.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 순위 세계 4위인 러시아에게는 중국 시장을 약속할 수도 있다. 세계 제조업의 공장으로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러시아에, 이미 중국의 성장세를 앞지른 인도는 미국 에너지를 쓰도록 압박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렇게 노쇠해서 주저앉으려는 미국을 일으키려고 외교와 안보, 통상, 군사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성공(=미국의 성공)이 곧 자국의 실패를 의미(제로섬 게임)하기 때문에 연대로 극복하고자 한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분명 한국에 기회도 제공한다. 비교우위에 있는 조선업과 가스 플랜트 산업, 철강, 플랜트건설업, 자재 및 에너지 인프라 부품 산업까지 매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미국은 중동에 긴장조성, 중국 압박하고 에너지 주도권 거머쥘 심산

트럼프는 가자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점이야 세상이 모두 아는 바이지만, 지상 작전이나 방공망, 전투용 드론 등 첨단무기 체계 또한 이스라엘이 전쟁에 특화된 나라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굳건함을 보여준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강중약으로 강도가 나뉘지만, 중동은의 이슬람 국가들은 모두 유대교와 기독교인 이스라엘과 상극이다.

강한 상극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세력이고, 약한 상극은 ‘서로 부딪히지 말자’고 하지만 이슬람국가가 이스라엘과 충돌할 때면 강하게 이스라엘 비난에 동참한다.

가장 강한 상극은 단연 이란이다. 가자 전쟁의 기원도 이란이 육성해 온 하마스, 그중에서도 초강성 정파가 이스라엘을 포격해 100여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영토를 빼앗기고 민족 국가성을 말살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영토를 완전히 떼어놓는 것도 모자라 감옥처럼 만든 고립, 감시지역으로 가자지구를 분할통치 해온 이스라엘이다.

팔레스타인 서안을 통치하는 파타당은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정부 지위를 갖는 대표 세력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나름 선출된 권력으로 지방정부를 구성해 왔다.

서안과 가자지구 정부는 같은 나라지만, 땅도 마음도 모두 완전히 갈라진 나라다. 게다가 하마스는 누가 더 강성인가를 두고 경쟁하면서 이스라엘에 군사적으로 맞서온 세력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정부이지만, 서방에서는 테러 집단으로 취급해 온 이유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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