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몸이 좋지 않아 하루(11일) 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이라며 “홀가분한 심정이다. 검사 노만석이 아닌 인간 노만석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행이 사퇴할 경우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촉발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3년 만에 검찰 내부의 요구에 의해 검찰 수장이 물러나게 된다.
노만석 “검찰 살려야 한다는 생각”
노 대행은 이날 대검 과장들이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사퇴를 요구하자 “하루 이틀만 시간을 달라. 그사이에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행은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선택지 모두 사실상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실상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노 대행은 또 평검사인 대검 연구관 10여 명이 항소 포기에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들고 집무실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따라야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재검토를 지시했고, 중앙지검장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도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노 대행은 용산 대통령실로 파문이 확산되자 중앙일보에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항소 포기를 지휘) 했는데 후배들은 동의를 안 하는 것 같다”며 “(용산 언급은) 검찰총장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일 처리에서 용산과 법무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제로 전혀 개입이 없었다”며 “민정라인 역시 항소 포기 결정 후에 통보만 받았을 뿐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용산 관여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노 대행이 이날 법무부로부터 항소 불허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힌 것은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전했을 뿐 항소 포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입장과 충돌한 상황이다. 노 대행의 설명이 맞다면 법무부 장관 최종 항소 불허 지휘를 수용해 중앙지검에 최종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의미여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여지를 남겼다.
정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항소 포기와 관련해 “유동규에게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차관과 검찰국을 통해 신중하게 잘 판단하라는 의견만 전했다”고 말했다.

대검 간부들, 18개 지검 검사장 등 반발
검찰 내부에서 이날 하루 종일 노 대행에 대해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평검사 대검 연구관들의 집단 사퇴 요구와 별개로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인 대검 부장(검사장)들도 이날 아침 회의에서 노 대행에게 구두로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 사퇴 요구엔 항소 포기 의사결정에 관여한 박철우 반부패부장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검 과장급 검사들도 이날 오후 노 대행을 찾아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과 8곳의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 12곳의 부치지청(부장검사만 있는 소규모 지청)의 지청장 20명도 각각 항소 포기에 항의하는 입장문을 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18개 지검장 공동명의로 작성한 글에서 “직무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담미 안양지청장은 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산하 8명의 지청장을 대표해 이프로스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경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신임검사 교수 일동 명의로도 이프로스에 노 대행을 향해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개별 검사들의 항의 글도 빗발쳤다. 정유미(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 창원지검장은 이프로스에 올린 게시 글에 “(노 대행은)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며 “‘저의 책임’이라고 내뱉었으니 책임지고 그 자리를 사퇴하라”고 밝혔다.
김보름·정유진·정진우·석경민·김성진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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