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를 실제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미국 법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7월경 약 34억달러(한화 4조7000억여원) 규모의 한국 투자 전용 펀드 조성을 완료하면서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최근 ‘필드뉴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서류를 확인한 결과 한앤컴퍼니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한호 인베스트먼츠(HAHNHO INVESTMENTS LLC)’라는 미국 법인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호 인베스트먼츠’는 지난 2010년에 설립됐고 한앤컴퍼니를 창업한 한상원 회장(미국명 : Scott Sang Won Hahn)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한호 인베스트먼츠’의 소재지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델라웨어 주에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델라웨어 주의 경우 주 법인세율이 8.7% 가량으로 미국 다른 주가 평균 5~9%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해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델라웨어에서 사업 활동을 영위하지 않는 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 델라웨어에 거주하고 있지 않는 자도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델라웨어 내에 법인 설립이 가능하며 주주·이사의 신원 공개 의무가 제한적이라 익명성도 보장된다.
이와함께 이자·배당의 원천징수세도 없고 델라웨어에 등록된 법인은 다른 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로열티 수익을 델라웨어 소재 계열사에 몰아줘 다른 주의 과세를 줄이는 이른바 ‘델라웨어 루프홀(Delaware Loophole)’이 가능하다.
또한 형평 법원(Court of Chancery)이라는 기업 전문 법원이 있어 지배구조, 신탁, 부동산 등 기업과 관련된 분쟁 처리 속도가 신속히 이뤄진다.
때문에 델라웨어주는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지역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미국 내 신규 상장 기업의 약 81%가 델라웨어에 법인 등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델라웨어 주 ‘Division of Corporations’ 연간 보고서에 의하면 델라웨어주에 매년 신규 등록된 법인의 약 20%는 정식 법인(Corporation)인 반면 다수 법인은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책임회사)’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LLC는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회사의 채무나 법적 분쟁 등에 대해 투자금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며 이사회·주주총회 등을 운영하지 않고 투자자 유치 및 이익 분배 방식을 조절할 수있어 선호되는 회사 설립 방식이다.
그러나 LLC는 그동안 실제 소유자 공개 의무가 없어 소득 은닉 및 세원 회피가 용이해 조세피난처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설명한 ‘델라웨어 루프홀’ 방식도 LLC를 활용한 조세회피 기법이다.
이에 지난 2024년 미국 정부는 기업투명성법(Corporate Transparency Act)을 시행해 LLC른 포함 모든 ‘closely held company(5인 이하 가족 및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비상장회사)’는 실질적 소유자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SEC에는 ‘Hahn & Co IV-S L.P.’ 등 한앤컴퍼니가 운영 중인 여러 사모펀드가 등재된 상태다. 한앤컴퍼니가 제출한 해당 사모펀드 서류에 의하면 관계자(Related Persons)는 한상원 회장이며 이 사모펀드들의 설립·등록관할지(Jurisdiction of Incorporation/Organization)는 케이만 제도(Cayman Islands)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 자치령 케이만 제도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이 없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중 한 곳이다.
미국 법인의 실제 지배 의혹과 관련해 ‘조세금융신문’은 한앤컴퍼니측에 문의했다. 한앤컴퍼니측은 “담당부서에 전달한 뒤 입장 등을 회신토록 하겠다”고 한 뒤 연락이 없었다.
한편 세정당국 및 IB(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달 중순경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비정기(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는 한상원 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조사배경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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